[세상의눈] 최원영 K-메디치 연구소장·전 세광고 교장

20대 대통령 선거에 처음 참여한 18세 새내기 유권자들은 무엇을 느꼈을까?

학교 현장에서 배운 대로 선거가 민주주의의 축제였을지, 저주와 혐오가 난무하는 진흙탕이었을지, 다양한 평가가 있겠지만 대부분의 여론은 후자에 무게를 두고 있다. 선거 후 언론을 중심으로 국민 통합이 최우선 과제로 제시되었듯이 이번 대선은 각계각층의 분열이 첨예화된 선거였다. 존중과 관용의 시민적 덕성(Civic Virtue)을 가르쳐야 할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에게 얼굴을 들 수 없는 형편이 됐다.

정치 진영 간의 대립이야 불가피하더라도 지역, 세대, 젠더(성) 간에 벌어진 갈등은 심각하다. 영호남의 지역구도는 여전했고, 세대 간의 차이도 확연히 드러났다. '세대 포위론'이라는 전투적 용어가 등장하며 '편 가르기'를 하더니, '이대남'과 '이대녀' 라는 세대 내의 대립구도도 만들어냈다. 퇴행적 선거 문화를 비판해야 할 언론은 오히려 진영에 편승해서 갈등을 심화시키는 모습을 보였다. 종교계마저 분열을 방조했고, 특정후보를 찍는 유권자는 지옥에 갈 거라는 저주의 언어를 내뱉은 종교인까지 있었다. 사생결단의 선거 풍토가 판치는 이면에는 한 표라도 더 얻는 진영이 모든 걸 차지하는 승자독식 구조에 있지만, 그럼에도 이번 선거는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선거 후 다수의 여론이 국민통합을 새 정부의 선결과제로 요구하고 있는 것은 국민 분열이 심각하다는 공감대 때문이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가장 관심이 가는 것은 국정을 운영할 인재들을 어떻게 선발하느냐이다. 균형 있는 인재 등용이 국민통합의 첫 단추를 꿰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려스러운 부분은 당선인과 인수위가 내세우고 있는 '능력에 따른 공정한 인사' 라는 슬로건이다. 지역 안배, 여성 할당 등 종래의 균형 선발 정책을 배제하고 능력에 따른 인사를 표방하면서 벌써부터 언론에 '서오남'(서울대, 50대, 남성)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고 있다. 정치적 요인은 일체 배제하고 오직 능력에 따라 인재를 선발하겠다는 능력주의는 공정해보이지만 위험성도 있다. 마이클 센델(M.sandel)이 『공정이라는 착각』(Tyranny of Merit)에서 지적한 것처럼, 능력주의는 승자의 우월감과 패자의 열등감을 조장함으로써 사회통합과 구성원의 연대에 균열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영국의 '브렉시트'라든가 미국의 '트럼피즘'은 능력주의에서 소외된 패자들의 저항이라고 센델은 주장하고 있을 정도다. 세심한 검토와 대안이 없는 능력주의는 국민통합에 역행할 수 있다.

최원영 세광고 교장
최원영 K-메디치 연구소장·전 세광고 교장

'인사가 만사'라는 진부한 표현이 여전히 통용되는 것은 그만큼 인사가 국정운영의 시금석이 되기 때문이다. 분단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국민 통합은 시대적 요청이고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국민통합이 새 정부의 구두선(口頭禪)에 그치지 않으려면, 지역과 성별, 세대와 정파를 아우르는 인사 정책을 통해 국민통합의 첫걸음을 떼야 한다. 대통령이 청와대를 떠나 어디서 근무할지의 여부를 갖고 논란을 벌이는 것은 다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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