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고향사랑기부제(고향세)' 시행을 약 1년 앞두고 농축산물로 답례품을 제공하면 농촌지역에 고향세를 유치하고 농가경제를 살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와는 달리 답례품으로 공산품과 지역상품권이 선택될 가능성에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런 사유로 재정여건이 열악한 일부 농촌지역 지자체에 고향세 효과가 미치려면 지역 농축산물과 2차 산업인 그 가공품만을 답례품으로 한정해야 그 입법취지에 부합된다고 필자는 주장코자 한다.

작년 9월 '고향사랑기부금에 관한 법률(고향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내년 1월부터 드디어 고향세가 시행된다. 고향세법은 지자체가 기부자에게 기부금 30%(100만원 한도) 내에서 답례품을 제공할 수 있으며 지역특산품과 지역사랑상품권, 그밖에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조례로 정한 것 등을 답례품으로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현금과 귀금속 등만 제공이 금지될 뿐 취지에 맞지 않는 답례품도 역선택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문제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고향세 도입 초기, 답례품 구성 여력과 경험이 부족한 지자체들이 그 도입취지와 무관하게 공산품과 지역상품권 등을 답례품으로 손쉽게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실제 2008년 고향세를 도입한 일본은 제도 도입 초기에 답례품을 제한하지 않았다가 태블릿PC인 아이패드나 무인기(드론) 등 고가 전자기기, 크루즈·호텔 이용권 등이 답례품으로 등장하기도 했고 이를 되팔아 현금화하는 많은 부작용이 나타났다는 점이다. 이에 일본은 부랴부랴 답례품 가액 한도를 제한하고 농축산물 등을 제외한 환금성이 높은 답례품은 자제토록 경고했었다.

일본의 사례로 알수 있듯 답례품 경쟁이 과열되면 '고향 사랑'이라는 본래의 좋은 취지는 사라지고 백화점에서 물건 고르듯 좋은 답례품을 쫓아 기부할 곳을 고르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현행 지역상품권은 단순히 해당 지역 내 소비만을 유도할 뿐 지역에서 '생산된' 생산품까지 소비토록 강제 하지는 못한다. 즉, "'지역 생산 독려 → 고용 증대 → 인구 유입이란 선순환을 통한 지역 활성화'라는 제도의 원래 목표를 달성하려면 지역에서 생산된 농축산물과 그 가공품 등으로 한정하는 것이 가장 좋은 대안일 것은 명백하다.

필자뿐 아니라 농업계의 여러 전문가들도 고향세가 지방재정 불균형 완화라는 도입 목적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답례품을 농축산물로 제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그래야 재정 위기에 처한 상당수 농촌 지자체들이 특색 있는 농축특산물을 지역발전의 발판으로 삼아 고향세를 유치할 수 있을 것이다.

전부다로 한정하기 어렵다면 고향세법 시행령에 지역 농축산물이 답례품에서 적어도 일정 비율이상은 차지하도록 하는 조항을 담아야 한다. 그래야만 소멸 위기에 놓인 농촌지역 등 일부 지자체가 지방재정 불균형을 바로잡고 소멸을 막는다는 제도 취지를 살릴 수 있을 것이다.

비단 농업계 뿐 아니라 한 지방세연구원도 '고향세 도입의 경과 및 향후 과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수도권·비수도권 격차 완화라는 정책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답례품 성격을 엄격히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으며, 고향세가 전에 없던 제도인 만큼 답례품이 해당 지역 농축산물 중심으로 구성될 수 있는 여건을 우선 조성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리고 고향세가 지역농업인의 참여와 농가소득 증대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전국단위 조직을 갖춘 농협 등 유관단체가 나서 품질이나 포장 등 답례품 구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농업인 교육을 강화하는 게 방법일 수 있다.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br>
 정석윤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또한 성공적인 고향세 도입을 한 일본의 성공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것이 다양한 농축산물과 그 가공품을 답례품으로 제공한 것처럼 우리도 벤치마킹을 통해 답례품 선정작업을 추진하고 있는 지자체들은 이를 적극 참고해야 한다. 업무적 편의를 위해 공산품이나 지역상품권 등으로 선택해선 안될 일이다. 공장에서 기계로 찍어낸 공산품을 원할지? 고향의 지역농축산물과 그 가공품을 희망하는지는 불보듯 뻔하지 아니한가?

아직 대국민 홍보가 미흡한 고향세 도입이 내년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농촌과 우리 농업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부자와 지역민 모두가 만족하도록 우리 농축산물과 그 가공식품을 답례품으로 하는 일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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