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경구 아동문학가

얼마 전 한 지인으로부터 간식이라며 작은 쇼핑백을 건네받았다. 마침 힘이 쭉 빠져 있을 때라 반가웠다. 저녁 먹기에는 이른 시간이라 얼른 쇼핑백을 열었다. 비닐봉지에 달걀 다섯 개와 투명한 통에 핑크빛 소금이 담겨있었다.

평소 하얀 소금을 생각했던 터라 핑크빛 소금이 신기했다. '히말라야 핑크소금'이라고 쓰여 있었다. 세상에 히말라야 소금이라니. 갑자기 하얀 눈이 쌓인 높다란 히말라야 산이 그려졌다.

그럼 눈이 어떤 과정을 거쳐 소금이 된 건가? 라는 엉뚱한 생각도 들었다. 점점 배가 고파 얼른 통을 열고 색깔이 예쁜 소금을 접시에 덜어냈다. 그리고 탁자에 톡톡, 달걀을 두드린 다음 껍질을 깠다. 작은 달걀도 댕그라니 귀여웠다.

귀여운 달걀에 예쁜 소금의 조화. 쿡, 소금을 찍어 달걀을 한 입 베어 먹었다. 소금도 짭짤하니 맛있고 달걀도 아주 고소했다. 사실 난 어릴 적 노른자를 먹다가 목이 막혀 아주 고생한 적이 있다. 그래서 노른자를 잘 먹지 않는다. 물론 달걀 프라이나 달걀말이 같은 것은 먹지만 유독 찐 달걀의 노른자는 잘 먹지 않는다.

그런데 한 입 베어 먹는다는 게 달걀이 작아서 그런지 노른자 반까지 먹게 되었다. 목이 막히지도 않고 고소함이 참 좋기만 했다. 그래서 한꺼번에 네 개의 달걀을 먹었다.

어릴 적 명절 날 버스보다 기차 타는 걸 좋아했던 이유도 순전히 이 찐 달걀 때문이다. 그물망에 조르르 줄맞춰 들어있던 세 개의 찐 달걀. 그리고 엄지손톱만 한 소금 봉지.

달걀을 한참 먹다보면 늘 소금이 부족했다. 그래서 더 목이 막혔다. 그러면서 잠깐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아이들이 오줌을 싸면 키를 뒤집어쓰고 소금 얻으러 간다고 했다. 나는 더 어릴 적에 한두 번 그런 적이 있었지만. 그러면 그릇에다 안 주고 몸에 소금을 막 뿌렸다. 그 뿌려서 버려진 소금이 기차에서는 더 아깝단 생각이 들었다.

고등학교 다닐 적에는 장난기가 발동해 친구 집 냉장고 얼음판에 소금을 뿌려 놓고 모른 척 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친구네 여동생이 소금 얼음을 먹게 되어 그나마 있던 관심도 얼음처럼 녹아 사라졌다. 그뿐만이 아니다. 소금 얼음을 냉커피용으로 사용해 친구 어머니를 피해 다닌 적도 있었다.

소금은 정말 쓸모가 많다. 음식에 마술사처럼 다양한 맛을 낸다. 또한 소금은 음식을 신선하게 보관하는 기능도 있다. 난 목구멍이 따끔따끔 할 때면 물에 소금을 타서 입안과 목을 헹군다. 그럼 잠잠해진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이 매달고 있는 비닐 팩의 주된 성분도 생리식염수라고 하니... 건강을 지켜주는 소금물이다.

소금하면 어릴 적 가장 생각나는 장면이 또 하나 있다. 초등학교 5학년 때였다. 선생님이 소금과 칫솔을 가져오라고 했다. 아이들이 제대로 이를 안 닦아서 학교에서 닦기로 한 것이다. 우리 반은 수돗가 근처에 빙 둘러 앉아 칫솔에 소금을 묻혀 이를 닦았다. 입안이 짜고 조금 불편했다. 선생님 앞에서 입을 최대한 크게 벌려 이를 검사받았다. 선생님의 "합격!"이라는 말에 순간 모든 게 개운했던 기억이 남아있다

김경구 아동문학가
김경구 아동문학가

핑크소금을 먹고 히말라야 소금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찾아보았다. 소금을 만들기 위한 그들의 삶을 보고 소금이 보석처럼 다가왔다. 또 그들이 흘린 땀방울인 소금을 볼 때마다 먹먹했다.

큰 생각 없이 먹던 소금이 올 봄 새롭게 다가왔다. 우리나라에도 예전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소금 창고가 있는 소금 박물관이 있다고 한다. 꼭 가보고 싶다. 건강에 좋다는 소금비누를 만들고 소금밭 체험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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