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마음으로, 할머니의 마음으로 만드는 '건강 간식'

'어르신 뻥쟁이 사업단'에 참여한 어르신들.
'어르신 뻥쟁이 사업단'에 참여한 어르신들.

[중부매일 송창희 기자] 2018년 6월 증평군 노인일자리 사업으로 영업을 시작한 '어르신 뻥쟁이 사업단'이 노년의 경제자립 지원과 삶의 활력을 불어넣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5명의 어르신으로 출발한 이 사업에는 현재 24명의 어르신이 참여해 엄마의 마음으로, 또 할머니의 마음으로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고 있다. 정직한 재료로 정성껏 만든 수제강정과 뻥튀기 제품은 고소하고 바삭바삭 씹히는 맛이 좋아 입소문을 타면서 매출도 꾸준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노인일자리 사업의 모범사례로 평가받으며 아침마다 웃음꽃을 피우고 있는 어르신들의 행복한 일터를 찾아가 봤다. / 편집자


# 박순자(64) = 요즘 사람들은 참 바쁘게 삽니다. 먹는 것도 참 바쁘게 먹고 살기 때문에 건강도 많이 해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몸에도 좋고 맛도 좋은 간식을 만들어 팔게 되어 보람이 큽니다. 제 나이는 직장을 다니자니 마땅한 곳이 없고 놀자니 답답하고, 또 코로나로 인해 활동을 제대로 할 수 없어 우울증이 올 것 같기도 한데 어르신 뻥쟁이사업을 알게 되어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강도 높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여가생활로 다닐 수 있다는 점도 행복 합니다.

# 정옥채(73) = 젊은 시절 명절이 되면 깨강정, 쌀강정 등을 만들어 먹었어요. 지금은 예전처럼 가족이 많이 모이질 않기 때문에 이런 번거로운 음식은 만들지 않잖아요. 가끔씩 그 때의 강정이 먹고 싶었는데 어르신 뻥쟁이 사업단에서 강정을 만들어 판다고 해서 일을 시작했습니다. 다시 추억의 강정을 먹을 수 있어서 좋고, 이런 건강한 강정을 만들어 많은 사람들의 건강 유지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기쁩니다. 또 손주들에게 용돈도 마음 편하게 줄 수 있어 좋아요.

 

어르신에겐 익숙·고객엔 추억

증평군 증평읍 충청대로 1740에 자리잡고 있는 '어르신 뻥쟁이 사업단'은 어르신들에게 보다 창의적인 일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시장형 일자리 사업으로 시작됐다. 증평군은 농촌도시임에도 주민 평균연령이 40대를 유지하고 있을 만큼 젊은 부모세대가 밀집돼 있는 지역이다. 증평군은 이런 지역적 특성을 살려 어르신들에게는 작업이 익숙하고 재료의 구입과 보관이 용이한 사업이면서, 젊은 세대에게는 건강한 먹거리를 통해 유년시절의 행복한 추억을 전할 수 있는 뻥튀기와 건강 강정에 주목했다.

'어르신 뻥쟁이 사업단'에 참여한 어르신들이 정성으로 영양간식을 만들고 있는 모습.
'어르신 뻥쟁이 사업단'에 참여한 어르신들이 정성으로 영양간식을 만들고 있는 모습.

사업 수행기관인 증평종합사회복지관 직원들은 어린시절 시장에서 언제나 행복한 소리로 들렸던 "뻥이야~~"의 은율에 익살스러움을 살린 '어르신 뻥쟁이'라는 상호를 탄생시켰고, 관련 업체를 방문하며 본격적인 제품 개발에 나섰다. 그리고 2~3개월간 제품 만들기와 시식을 반복하면서 현재의 제품별 레시피가 만들어졌다.

처음에는 뻥튀기 제품만 만들어 판매했지만 차차 현미강정과 오란다, 견과류 영양바, 건조야채로 상품을 다양화했고, 여러 제품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어르신 셋트와 뻥쟁이셋트를 판매하고 있다.

 

어린이집 영양간식으로 인기

어르신 뻥튀기 사업단에 참여하고 있는 어르신들은 65~75세 24명이며, 2개조로 나누어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격일로 근무하고 있다. 초기에는 홍보와 판매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금은 아름아름 입소문이 퍼지고, 제품을 한번 먹어본 고객들의 재주문에 힘입어 주문생산 판매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좋은 재료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편이어서 다시 찾는 고객이 많다. 또 인공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맛이 자극적이지 않아 어린이집이나 복지관, 경로당 간식으로도 인기를 얻고 있다.

2018년 시장형 노인일자리 사업으로 시작한 증평군 '어르신 뻥쟁이 사업단'이 좋은 평가를 받으며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8년 시장형 노인일자리 사업으로 시작한 증평군 '어르신 뻥쟁이 사업단'이 좋은 평가를 받으며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제품을 구매할 때마다 노인일자리가 늘어난다'는 사업의 취지를 응원하고, 제품을 정성으로 만드는 어르신들의 진심이 전달돼 이젠 증평을 중심으로 청주, 음성, 괴산 등 주변지역은 물론 서울, 인천, 광주 등 외지 고정주문도 많이 늘었다. 서울의 한 운수업체에서는 명절 때마다 선물셋트를 주문해 큰 힘이 되고 있다.

 

지난해 매출 3천만원 넘어

그 결과 첫 발을 내디딘 2018년 1천600만원(참여 인원 5명)에서 2019년 2천960만원(참여인원 12명), 2020년 3천400만원(참여인원 17명), 2021년 3천100만원(참여인원 12명)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수익이 소폭 감소했지만, 건강한 맛으로 승부해 오고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큰 영향을 받지는 않고 있다.

이처럼 어르신 뻥쟁이 사업단은 어르신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성취감을 심어주는 창의적 노인일자리 사업의 모범사례로 인정받고 있으며, 앞으로 대량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고 인터넷 판매에도 나설 계획이다.

'어르신 뻥쟁이 사업단'에 참여한 어르신들이 정성으로 영양간식을 만들고 있는 모습.
'어르신 뻥쟁이 사업단'에 참여한 어르신들이 정성으로 영양간식을 만들고 있는 모습.

어르신 뻥쟁이 사업단을 총괄하고 있는 홍순란 씨는 "사업 초기에는 홍보에서 제품 생산, 배달, 주문 접수, 급여 집행 등 모든 업무를 하다보니 힘도 많이 들었지만 시간이 흘러 사업장이 안정되고 사업 통장에 수익금이 적립되는 것을 보면서 새로운 도전에 큰 보람을 느낀다"며 "이 모든 보람을 100세 시대에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어르신들과 함께 나누어 가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887개 일자리 가동

증평군은 이외에도 다양한 노인 일자리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증평군은 올해 31억원을 들여 887개의 노인 일자리를 만들어 행복한 노년을 지원하고 있다.

'어르신 뻥쟁이 사업단'에 참여한 어르신들이 정성으로 영양간식을 만들고 있는 모습.
'어르신 뻥쟁이 사업단'에 참여한 어르신들이 정성으로 영양간식을 만들고 있는 모습.

증평군의 노인 일자리사업은 공익활동형, 사회서비스형, 시장형 등 3개 유형이며, 월 30시간 이상 근무시 참여유형에 따라 27만원에서 71만원의 활동비가 지급되고 있다.

공익활동형은 지역 환경 정화를 담당하는 5개 사업, 노인의 말벗이 돼 안부를 확인하는 2개 사업, 학교·아동복지 시설 급식과 순찰업무를 지원하는 3개 사업, 공중화장실 불법촬영 단속 등 총 11개 사업에 810개 일자리가 운영되고 있다.

또 시장형 사업에는 어르신 뻥쟁이와 은빛사랑채 등 2개 사업 31개 일자리가, 사회서비스형의 어린이집 보조 일자리 40개, 노인일자리 사업 추진을 위한 전담 인력지원 일자리 6개가 있다.

'어르신 뻥쟁이 사업단'에 참여한 어르신들이 정성으로 영양간식을 만들고 있는 모습.
'어르신 뻥쟁이 사업단'에 참여한 어르신들이 정성으로 영양간식을 만들고 있는 모습.

유연진 증평군 사회복지과 팀장은 "시대적 흐름에 따라 증가하고 있는 젊은 은퇴자들의 경험을 녹여낼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노인형 일자리 창출 등 노인 일자리 다변화를 고민하고 있다"며 "증평군은 앞으로도 다양한 노인일자리 사업을 통해 소득 창출과 함께 지역사회에 참여하고 기여하며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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