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문화관 숲속갤러리서 기억의 흔적을 되짚다

'Doc. 대성로 122'  전시 전경 /충북문화관
'Doc. 대성로 122' 전시 전경 /충북문화관

[중부매일 박은지 기자]충북도지사 관사가 도심 속 문화예술공간인 '충북문화관'으로 탈바꿈한지 10여년의 세월이 훌쩍 지났다. 청주에서 유일하게 근대문화유산이 밀집된 이 곳에는 '청주향교', '우리 예능원' ,'청주 동부배수지', '성공회 성당' 등이 있다. 시간의 흐름 속에 변화해 가는 물리적 공간에 대한 기록의 작업이 전시로 탄생했다. '대성로 122 도큐멘타 프로젝트'를 통해 대성동의 어제와 오늘, 내일을 만날 수 있는 'Doc. 대성로 122'를 소개한다.

 

'Doc. 대성로 122' 전시는 충북문화재단 주최 충북문화관 주관 전시로 지난 3월30일부터 오는 4월 17일까지 충북문화관 숲속갤러리 2층에서 열리고 있다.

오프라인 전시장에서의 작품전시와 QR코드로 첨부된 전자책까지 입체적이고 다층적인 전시를 만나 볼 수 있다.

오프라인 전시장에서는 작가 7명의 작품전시가 열리며 책에는 전시를 기획하고 작가로 참여한 양지원 작가와 한경선 코디네이터의 글과 대성동 122일대를 담은 사진이 실려있다. 이 책은 전시도록 성격이 아닌 독립된 책으로 책과 엽서에 QR코드로 연동되는 전자책(PDF)에는 프로젝트를 입체적이고 풍성하게 만나볼 수 있다.

 

충북문화관이 위치한 대성로 122번길을 매개로 도큐멘타 프로젝트 작업에 참여한 'Doc. 대성로 122' 작가들. 왼쪽부터 양지원 예술감독, 한경선 코디네이터, 최준호 작가와 김성은 작가. /충북문화관
충북문화관이 위치한 대성로 122번길을 매개로 도큐멘타 프로젝트 작업에 참여한 'Doc. 대성로 122' 작가들. 왼쪽부터 양지원 작가, 한경선 코디네이터, 최준호 작가와 김성은 작가. /충북문화관 숲속갤러리 제공

 

최민솔 作 자세히보아야 (2022, 폐목, 시트) /충북문화관
최민솔, 자세히 보아야, 2022 폐목, 시트지, 오일 파스텔, 분필, 가변크기 /충북문화관 숲속갤러리 제공

김성은, 맹주현, 송나윤, 양지원, 연주연, 최민솔, 최준호, 한경선(코디네이터, 전시 진행 및 책 제작)등 8명의 작가가 참여한 이번 전시는 2021년 대성로 122번길에 대한 미래 아카이브 구축성격을 갖췄다. 과거와 현재의 흔적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는 지역의 역사적·생태적·공간과 골목 경관에 대한 기억의 흔적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전시에 참여한 김성은, 송나윤, 연주연, 최준호 작가는 청주대 비주얼아트학과(舊 회화과)를 갓 졸업해 소위 말하는 MZ세대가 바라본 대성로 122번길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최준호 작가의 '눈팅족'의 경우 마을 입구에 놓인 토템의 개념으로 천하대장부, 지하여장부 개념의 것으로 읽히기도 한다. 작가는 애니메이션이 갖는 표현방식에 관심을 두고 자신이 직면한 상황, 발견한 대상을 감각적으로 표현해냈다. 사물의 의인화를 통해 다양한 감정에 대한 포착이 작가의 창작 모티브로 작용했다.

다른 작품 '표적들'은 대성로 122길에 놓인 주차금지석(?)을 보고 영감이 떠올라 하나하나의 작품으로 표현해냈다. 새롭게 흰색으로 칠한 담벼락 아래 일정한 간격으로 놓여있는 주차금지석들은 따로 또 같이 소리없는 아우성을 지르고 있는 모습이다.

김성은 作 옥락(獄樂), (2022, 캔버스에 펜, 143.5×147cm) / 충북문화관
김성은 作 옥락(獄樂), (2022, 캔버스에 펜, 143.5×147cm) / 충북문화관

애니메이션이 갖는 설정방식에 주목하며 서브컬처 이미지들을 수집한 김성은 작가는 그녀의 작품 '책(옥락도감)'에 대해 "향교를 보고 떠오른 판타지적인 이미지. 너무 고즈넉하고 아름다워서 오히려 신화적인 상상을 하게 되는 순간들을 표현했다"고 밝혔다.

양지원 作 Scene_대성로122 (2022 싱글채널) /충북문화관
양지원, Scene_대성로122, 2022 싱글 채널 비디오, 4분 14초, 가변설치 / 충북문화관 숲속갤러리 제공

특히 이 프로젝트는 기획 전시를 총괄한 양지원 작가는 지난 2014~2015년에 현 대성로 122번길에서 작업실 겸 전시공간으로 머물렀으며 일대의 변화를 지켜보며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책에 수록된 글과 사진에서 사소해 보일 수 있는 대성동 122번길 끝에 도청을 둘러싼 향나무의 씨앗에 집중하고 그 씨앗이 자라날 수 없는 곳에서 발아되는 모습을 포착해 담아냈다. 느티나무 가지와 콘크리트 바닥 틈에서 자라나는 것을 발견, 세밀한 작가의 시선이 고스란히 담겼다.

양지원 작가는 지난 2016년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를 거쳐 2018년 청주시립대청호미술관 전시지원 공모에 선정, 현재 서울문화재단 금천예술공장의 입주작가로 활동 중이다.

송나윤 作 집조각2, 집조각3 /충북문화관
송나윤, 집 조각2, 집 조각3, 2021, 캔버스에 아크릴 50x50cm / 충북문화관 숲속갤러리 제공


양지원 작가는 "코로나19의 확산세 속에 참여작가들과 온라인 화상회의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감염수칙을 지켜 지역민을 만나며 전시를 준비했다"면서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와 활동영역을 기반으로 한 작가들로 구성된 전시를 계기로 대성로 122번길이 젊은 작가들의 새로운 시각으로 펼쳐내는 기회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경선 코디네이터는 책으로 나온 'Doc. 대성로 122'에서 '앞에 있는 것이 이미 사라지는가 하더니 뒤에 있는 것이 다시 생기고'란 글을 통해 근대문화유산에 대해 미술사의 관점으로 세밀하게 들여다보며 서술하고 있다. 양지원 작가와 더불어 전시를 기획하고 진행한 한경선씨는 학부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현재 미술사 석사 과정 중에 있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대성동에 대해 글을 쓰며 전통의 긍정과 부정을 무던히 오갔던 경험과 그 과정에서 내린 자신의 생각이 맞닿는 글을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준호 作 고민 (2022, 캔버스 위에 아크릴) /충북문화관
최준호, 고민 2022, 캔버스 위에 아크릴, 각 22x22cm / 충북문화관 숲속갤러리 제공

손명희 충북문화관 학예사는 "과거와 현재의 흔적이 순식간에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는 지역의 역사적·생태적 공간과 골목 경관 등 공간에 대한 기억들에 대해 흔적을 기록하는데 무게를 뒀다"면서 "대성동이라는 시공간에 대한 예술가적 관찰자로서의 기억과 기록을 통해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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