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이영실 영동산업과학고 수석교사

요즘 어김없이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고 어디선가 새로움이 움트는 봄의 기운을 느낄 수 있습니다. 길가에 벌써 얼굴을 내민 봄 냉이를 발견했습니다. 며칠 전만 해도 아무것도 없었던 빈 땅에 옹기종기 올라와 제법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따로 보온을 해주거나 비료를 준 것도 아닌데 스스로 잘도 자라 올라온 것을 보니 자연의 생명력은 경외 그 자체입니다.

3월, 새로운 학교에서 새로운 학생들을 마주하고 있노라면 봄 냉이와 같은 생명력을 느끼게 됩니다. 올해는 꼭 이 학생들이 각자의 성장을 만끽하며 행복해하도록 가르치겠다고 굳은 다짐을 합니다.

제가 친환경 농업에 관심이 있어 자연농법을 연구한 적이 있습니다. 효율보다 환경과 건강 그리고 그 고유성을 고수하는 철학과 방법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자연에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에너지(생명력)를 이용해 균형과 조화 속에 지속적인 농업생산 시스템을 유지해 왔던 선조들의 지혜가 대단하게 생각됐습니다. 현대의 기술적인 농법으로 생산량과 품질은 좋아졌다고 하지만 제 몸도 기억하고 있는 옛것만의 맛과 향은 흉내낼 수가 없겠지요.

봄 냉이처럼 저마다의 고유한 향기를 품은 우리 학생들에게 맛도 향도 잃은 교실 생활을 반복하게 할까봐 두려움이 밀려옵니다. 분명 우리 유전자 속에 숨겨져 있을 그 생명력을 그 지혜를 어떻게 다시 끌어올릴 수 있을까요. 궁리를 해봐야겠습니다.

이영실 영동산업과학고 수석교사
이영실 영동산업과학고 수석교사

하농작초(下農作草), 중농 작곡(中農作穀), 상농작토(上農作土). 하급의 농사꾼은 풀을 기르고, 중급 농사꾼은 곡식을 기르며, 최고의 농사꾼은 땅을 기른다는 말이지요. 여기에 성농작인(聖農作人)이란 말을 살짝 덧붙여 봅니다. 맛과 향이 있는 사람, 그런 시대의 인재를 키워내야 할 거룩한 농부, 교사의 사명을 되새겨보는 3월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