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시론] 한병선 교육평론가·문학박사

"2020년 3월 22일 귀국,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 확진 판정을 받은 서울 성북구 13번 환자는 서창록 고려대 교수. 당시 서 교수가 가장 크게 충격을 받은 것은 병실 내 24시간 돌아가던 CCTV도 동선 공개도 아니었다. 격리병동에서 접했던 자가격리 전자팔찌 도입 뉴스였다. 격리자들의 동선 파악을 위해 성범죄자 감시 발찌처럼 발찌를 채우겠다는 내용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국민 중 70% 이상이 이 전자발찌 착용에 찬성했다는 설문조사 결과였다. 그는 우리 사회의 인권 감수성이 얼마나 부족한지를 깨달았다."

"기저질환이 있는 한 40대는 백신 1차 접종 후 부정맥 증상이 나타나 2차 접종을 포기했다. 의사도 2차 접종을 권하지 않았다. 그런데 회사는 다른 부서로 인사발령을 냈다. 그는 나 같은 기저질환자에게 방역패스는 단순히 카페나 식당에 가지 못하는 '불편'함이 아니라 일상을 위협하는 '족쇄'나 다름없다고 했다. 한 임산부는 난임 시술로 어렵게 임신에 성공했다. 하지만 들려오는 여러 가지 백신 부작용으로 접종할 수가 없었다. 접종 후 생리주기가 틀어지거나 부정 출혈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정부의 말만 믿고 백신을 접종할 수 있겠는가."

주요 일간지에 보도된 K방역과 인권침해에 관한 지극히 일부 사례다. 수많은 사례들이 있지만 다음 기회에 징비(懲毖)의 차원에서 다시 거론하기로 하자. 어쨌든 이런 일들이 인권을 최우선으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은 아이러니 그 자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당시 인권은 '공정', '정의'와 함께 가장 우선순위에 올렸던 아젠다였다. 이런 이유겠지만 문재인 정부는 스스로 인권 정부로 불리길 원했다.

문재인 정부가 자화자찬했던 K방역은 시종일관 '반인권 방역'으로 일관했다. 서울대 의대 이형기 교수는 정부의 K방역 자화자찬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방역을 앞세워 정부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거리낌 없이 침해하고 개인의 비밀을 죄의식 없이 들여다보는 것이 다반사였다. 진영에 따라 이중 잣대를 대고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현실이 문제다."

K방역이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방했다는 시각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국민을 겁주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희생을 강요한 상태에서도 이 정도라면 결코 선방으로 볼 수 없다. 국내 치명률이 낮았던 이유는 의료계의 헌신과 최고 수준의 진료 역량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지 결코 정부가 잘해서가 아니다." 이뿐만이 아니다. 3월 18일 0시 기준 현재 확진자수는 인구 100만명당 대비 전 세계 최고 수준으로 40만명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인권보호는 다수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다. 오히려 소수와 약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최후의 방어벽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공공의 공익'을 위해 소수가 희생하라고 강요했다. 이런 논리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서울만 가면 된다'는 지극히 단선적인 논리다. '공공의 이익'이란 이런 것이다. 항해하던 배가 바다 한가운데서 침몰 위기에 빠졌다. 배에 타고 있는 승객 중 몸무게가 가장 많이 나가는 사람을 바다에 빠뜨려야 남은 사람들이 살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몸무게가 가장 많이 나간다는 이유로 바다에 던져져야 하는가. 상황이 그렇다면 모두가 살기 위해 그래야 할 것 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그 대상이 바로 당신이라면 어떻겠는가.

한병선 교육평론가·문학박사
한병선 교육평론가·문학박사

펜데믹 상황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공리로만 접근할 수는 없다. 모든 세계가 공통적으로 겪는 어려움 속에서도 각기 다른 모습들을 보였다. 예컨대 서구사회는 코로나 상황이 아무리 엄중하다 해도 K방역처럼 함부로 시민의 인권을 짓밟는 방역 정책을 펴지 않았다. 필자가 이미 한 칼럼에서 지적했듯이 코로나19 방역 초기 일부 국가에서 K방역 시스템 도입을 검토했지만 동선 추적과 같은 인권침해 문제로 한국식 방역시스템 도입을 포기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제 조금씩 펜데믹 이전의 일상을 회복해 가는 시점에서 우리 사회의 인권 감수성을 다시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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