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0일 청주시 서원구의 산부인과 화재현장에서 한국전기안전공사 관계자가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김명년
청주시 산부인과 화재현장 관련 자료사진. /중부매일DB

청주 산부인과 화재 원인이 열선 작동 부주의라는 안전 불감증으로 밝혀졌다.

병원측의 신속한 대처로 큰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산부인과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면 아찔한 상황이 이어질 수도 있었다. 불이 난 후 제왕절개를 앞둔 산모부터 출산 후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기와 함께 남편에게 간신히 안겨나와 대피했다는 경험담까지 극적 상황들이 속속 나와 안전의 중요성을 새삼 곱씹게 한다

지난 4일 이 산부인과 화재발생 원인으로는 병원직원이 발화지점에 설치된 열선을 작동시켰다는 것이 밝혀졌다. 직원 A씨가 신관 주차장 천장에 설치된 열선 전원플러그를 연결하고 6분후 천장이 불에 타 바닥으로 떨어지는 모습이 CCTV에 고스란히 녹화됐다. 더욱이 화재원인이 발표된 4일 오후 6시52분께는 구관 지하 1층 기계실에서 또 불이 나는 등 안심할 수 없는 사고들이 이어지고 있다.

큰 재해가 발생하면 그 원인으로 29번의 작은 재해가, 또 같은 원인으로 부상당할 뻔한 사건이 300번 있었을 거라는 1대 29대 300 법칙인 '하인리히 법칙'을 기억해야 할 때다.

새로 지은 건물이 불이 나서 건물 꼭대기까지 옮겨붙기까지 20분이 채 걸리지 않은 결정적인 이유로는 '드라이비트 공법'과 '필로티 구조'라는 기시감이 드는 용어들이 오갔다.

바로 지난 2017년 12월 21일 오후 3시 53분에 제천에서 발생한 스포츠센터 화재참사 때를 떠올리게 하는 단어들이다.

제천화재 참사로 불리는 이 사고때도 1층 주차장 배관 열선을 설치하는 작업을 하던 도중 천장에 구조물이 옮겨붙고 천장 구조물이 차량으로 떨어져 불이 커졌다.

최근 발생한 청주 산부인과 사고와 결정적으로 달랐던 점은 대피를 유도한 직원은 없었고, 창고로 활용된 비상구는 막혀있었으며, 소방당국이 '골든타임' 확보에 실패하는 등 참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총체적 원인들로 총 29명의 소중한 목숨을 잃은 가슴아픈 사고로 기록됐다.

이외에도 과거 국내 대형 화재 참사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지난 1971년 12월 대연각 호텔 화재, 1993년 1월 7일 청주 우암상가 붕괴, 1994년 충주호 유람선 화재 사고, 1999년 6월 30일 화성 씨랜드 화재 등 잊을만하면 발생해왔다.

청주 산부인과 화재 사고는 현재 직원의 공사가 완료되지 않은 설비에 대한 임의조작 여부, 업체의 부실시공, 동파방지용센터 오작동 등 주요 쟁점으로 꼽히고 있다.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화재원인을 꼼꼼히 밝혀내 이후 화재예방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반면교사가 돼야 한다. 그것이 지난 1987년 개원이래 30여년간 청주지역의 대표적인 산부인과 병원으로 자리매김한 명성에 걸맞는 책임있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곧 지역민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계기로 이어질 수 있도록 반드시 노력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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