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석민 충북법무사회장

처는 코로나로 아프고, 아들은 학교에 가야 하니 아침을 먹이려 쇠고기 미역국을 끊이려 한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소고기를 사 온다. 평소 자주 가던 율량동에 위치한 고깃집은 육질이 좋다. 오늘은 양지 한 덩어리로 사 왔다. 집에 와서 미역을 불리고 마늘을 깐다. 미역국을 끊일 준비가 됐다. 처는 쌀뜨물을 선호하지만 생생한 맛은 차가운 생수로 하는 게 낫다. 미역국 하나도 이렇게 준비과정이 복잡하다.

며칠 전에는 바지락 된장국에 물을 너무 많이 넣어 시원한 맛이 나지 않았다. 필자의 엉터리 요리 솜씨 못지않은 게 최근 정치권에서 흥행이란다. 요리명 '검수완박' 이 요리의 맛은 검찰로부터 수사권을 박탈하겠다는 것이고, 검찰은 공소를 경찰은 수사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제도 취지는 좋아 보인다. 필자도 과거에 찬성했던 제도이다. 문제는 겪어 보니 그게 아니라는 것이다. 청주여중생 사건을 도와주며 느낀 점은 잘못 생각했다는 것이다. '검찰개혁 레시피'대로 맛이 안 난다. 왜 맛이 안 날까는 질문은 요리를 할 때 재료와 상관없이 음식 맛을 잘 낼 수 있는가와 같은 말이다. 그게 가능한가? 어떤 요리이든 맛을 내는 첫 번째 비법은 재료이다. 검수완박은 재료 따로, 요리 따로 하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검수완박을 밀어붙이는 이유가 뭘까? 그 출발이 국민과 상관없이 정치싸움에서 시작된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문제, 즉 정치인을 누가 수사하는 게 유리하냐를 고민하며 제도를 비틀고 흔들다 검찰이 미우니 검찰 힘을 빼겠다는 것이다. 결국 권력 중심에 대한 수사를 하면 그 반대급부로 기관이 통째로 날아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는데, 이제 검찰, 경찰, 공수처든 누가 권력 중심에 대해 수사를 하겠는가?

나아가 정치권은 검찰과 경찰 양 기관의 대립을 이끌었는데 그 와중에 범죄 피해자들만 죽어 나가는 중이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 격이다. 청주 여중생 사건에서 경찰은 영장을 3번 신청했지만 검찰은 3번을 반려했다고 언론과 여론이 시끄러웠다. 그 반려 이유가 무엇인지는 아직은 모르겠지만 고소를 하고 100일이 넘도록 피의자는 구속되지 않았고 두 아이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러나 양 기관은 어떤 사과도 현재까지 없었고, 피해자 유족들도 현재까지 도대체 누가 잘못한 것인지도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다. 다만 분명히 알고 있는 것이 있다면 준비없이 도입된 수사권 조정의 피해 사례라는 점일 뿐이다.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br>
김석민 충북법무사회 회장

최근 드라마 '소년심판'에서 주인공 김혜수는 "누구나 범죄 피해자 일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사실을 모르고 있을 뿐입니다"는 말을 한다. 그렇다. 당신도 나도 범죄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그 때가 돼도 정치인은 기관에 큰소리 칠 수 있으니 상관없는지 모르겠으나, 힘없는 범죄 피해자들을 위해서는 국가는 먼저 범죄를 입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에 집중 했어야 했다. 지금 정치인이 검수완박을 주장하는 것은 교각살우의 잘못을 저질렀지만 원래 소를 잡을 생각이었다고 큰 소리를 치는 수준이다. 정치인이여 오늘은 시장에 가서 소고기를 고르고, 재료를 사라. 집에 가서 미역국을 끓여 보라. 그게 분리를 할 일인지 살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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