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윤종근 수성초등학교 수석교사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속 반장 엄석대, 우리의 어린 시절에도 그런 반장이 있었다. 반장은 청소 검사를 하고, 숙제를 걷고, 친구들에게 무언가를 시킬 수 있었다. 물론 그런 반장의 말을 당연하게 잘 따랐다.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같은 나이의 친구인데 왜 반장의 말은 힘을 발휘해 학급 친구들을 좌지우지할 수 있었을까?

작년부터 우리 학교에서는 '반장'이라는 말은 사용하지 않는다. 이제는 '학급회장'으로 부른다. 그렇다면 '반장', '학급회장'은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어렸을 때 반장의 말이 영향력을 가질 수 있던 것은 선생님의 '임명'으로 반장이라는 직함을 가졌기 때문일 것이다. 반장 뒤에는 선생님의 존재가 있어서 반장이 어떤 말을 하든 힘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그에 반해 '학급회장'은 학급 구성원들의 '선출'에 의해 학급 대표로 '당선'되어 여러 가지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자율적이고 민주적인 학급 문화를 만들어갈 때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학교학생회에서 중요한 결정을 할 때 학급회를 대신해 참여한다. 학교학생회 대의원회에 학급 구성원의 의견을 전하고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해 민주적인 학교 문화를 만들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윤종근 수성초 수석교사
윤종근 수성초 수석교사

4월 9일 토요일, 우리 학교에서는 리더십캠프를 실시했다. 4~6학년 학급회장과 부회장들이 함께 협력해 미션을 해결해가면서 공동체성을 체험하고, 생각을 나누고 조정해가며 소통의 경험을 가졌다. 리더십캠프를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기쁨을 깨닫게 되었다.

학교는 민주주의 과정을 배우고 연습할 수 있는 공간이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 활동이 민주적으로 이루어질 때 학생들이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것이며, 일그러진 영웅이 우리 사회를 흔들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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