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인문학] 허건식 WMC기획경영부장·체육학박사

미국의 딕 포스버리(Dick Fosbury)는 1968년 멕시코올림픽 높이뛰기에서 금메달을 따기 위해 새로운 도약방식을 고안했다. 속도를 높이고 효율적으로 장대를 넘기 위해 그는 머리 뒤쪽부터 매트를 향해 등을 아치형으로 만든 배면뛰기(Fosbury Flop)였다. 이 배면뛰기는 1968년을 기점으로 높이뛰기 방식의 판도를 바꾸는 역사적인 사건이 됐다.

이 도약법이 나오기 전까지는 선수의 복부(belly)가 장대 위를 구르는 것처럼 보이는 '등면뛰기((belly roll over)'나 양다리를 가위모양으로 뛰는 '가위뛰기' 방식이었다. 그러나 배면뛰기는 등과 허리, 그리고 다리를 뒤로 젖히면서 만들어지는 반원의 빈 공간을 활용하는 도약법이다. 이 공간에서 발생하는 무게중심의 변화를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선수들은 자신의 키보다 더 높은 곳의 장대를 넘을 수 있게 됐다. 다시말해 몸이 떠 있는 공중에서는 각 운동량이 보존되고 무게중심 궤적은 발구름 순간 이미 결정돼 변하지 않는다. 다만 상체를 뒤로 젖히고 다리를 낮추면 반작용으로 선수의 엉덩이가 장대의 위쪽으로 들어 올려지기게 되고, 몸을 뒤로 젖혀 몸전체를 활처럼 휘게 하는 아치형의 공중동작은 무게중심의 위치를 최대한 낮출 수 있다. 결국 가장 적은 힘으로 무게중심을 장대의 높이만큼만 높이면 돼 가장 효율적인 동작이 되는 과학이 숨겨져 있다.

점프가 좋아야 높이뛰기를 잘한다고 볼 수 있지만 세계적인 수준의 선수들의 점프력은 거의 비슷하다. 중요한 것은 점프가 최정점에 달했을 때 장대를 넘을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배면뛰기 자세가 유리한 이유는 몸의 무게중심과 장대의 간격이 가장 가까워 점프가 정점에 이를 때 장대를 넘게 해주기 때문이다. 높이뛰기 경기는 세 번 연속 실패하면 경기가 종료된다. 장대가 떨어진다거나 장대 밑으로 지나가면 실패로 간주되고, 점프 시도 시 두 발이 동시에 떨어져도 안되고, 제한시간을 넘겨도 안된다. 장대에 몸이 닿아 장대가 흔들리더라도 떨어지지 않으면 성공으로 판정한다. 하지만 장대는 작은 충격에도 떨어지도록 설계돼 있어 몸이 살짝만 닿아도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현재 세계신기록은 쿠바의 하비에르 소토마요르 선수가 1993년 슈투트가르트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세운 2.45m다. 그러나 이 선수는 역대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지만 1999년과 2001년에 두 차례나 코카인 양성 반응이 나오며 불명예 은퇴를 한 바 있다.

국내에서 최고의 기록은 '스마일 점퍼'로 불리는 우상혁이 보유하고 있다. 그는 지난 2월 체코 후스토페체에서 2.36미터를 뛰어 지난해 2020 도쿄올림픽에서 그가 세운 한국기록(2.35m)을 갱신하더니, 지난 20일(한국시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스타크 아레나에서 열린 세계실내육상선수권대회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34m를 뛰어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선수가 세계실내육상선수권에서 우승한 건 역대 처음이다.

허건식 체육학박사·WMC기획조정팀장
허건식 WMC기획경영부장·체육학박사 

우상혁은 대전에서 태어난 그는 충남고등학교를 졸업했다. 8살 때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오른발이 왼발보다 1.5㎝가 작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른 선수들에 비해 균형감을 잡는 훈련에 매진한 것으로 유명하다. 2019년에는 종아리 부상으로 힘든 삶을 산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 어려움을 극복하며 스마일 점퍼로 세계챔피언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김도균 코치와의 만남이었다고 한다. 발 크기 비대칭으로 병역판정검사 4급을 받았으나 사회복무요원 등으로 대체복무를 하지 않고 국군체육부대에 지원 입대해 체계적인 훈련이 가능했다고 한다.

우상혁은 한국 육상계에서 마라톤을 제외하고 지난해 도쿄올림픽에서 4위를 차지해 국내선수로는 올림픽 최고의 기록보유자다. 2024년 파리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높이뛰기의 메달을 노리며, 한국 육상의 새 역사를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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