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동빈 사회경제부 차장

1:29:300이라는 숫자로 우리에게 익숙한 하인리히 법칙은 사소한 문제를 그냥 둘 경우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밝혀낸 이론이다.

제천화재참사 당시에도 이 법칙은 유의미했다. 건물 불법증축과 비상구 폐쇄 등이 인명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됐다. 사소한 문제를 외면한 대가는 끔찍하고 참혹했다.

제천화재참사 판박이 사고로 불리는 청주 민병열산부인과 화재 역시 하인리히 법칙을 피해가지 못한 듯 하다.

신관 건물 증축 후부터 시작된 누수현상은 수년째 방치됐다. 결국 건물 곳곳이 젖어갔고, 겨울이면 동파문제가 불거졌다. 하지만 병원은 근본적인 문제해결보다는 땜질식 처방만 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결국 동파를 막기 위해 감아놓은 열선에서 불이 시작됐다.

이 병원 직원들은 화재 직후 '터질게 터졌다'는 말을 했다. 애초에 제대로 된 진단을 해서 누수를 잡았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지 않았겠냐는 자조 섞인 반응이다.

아찔한 화재사고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신관 화재 일주일이 채 지나기도 전에 구관 건물서 또 불이 났다. 다행히 큰 피해 없이 화재는 진화됐다.

주변에서는 화재수습보다는 병원 재개관에만 몰두한 대응이 두 번째 화재를 야기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화재가 난 3월 29일 당일, 병원에서는 3일 후부터 일부 영업이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1명의 사상자가 발생할 경우 그 전에 같은 문제로 경상자가 29명 생기고, 같은 문제로 다칠 뻔한 사람은 300명 존재한다'

신동빈 사회부 기자
신동빈 사회경제부 차장 

민병열산부인과에서 발생한 두번의 화재에서는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수십명의 경상자는 있었다. 불현듯 이번 사고가 1:29:300의 29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 화재가 하인리히 법칙의 완성이 아닌 진행이라면, 지금이라도 사소한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 이를 외면한 대가는 끔찍하고 참혹하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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