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시민기자가 바라보는 세상풍경
백명선 시민기자(청주시 상당구 금천동)

오후 2시가 되면, 어김없이 가방을 멘 아이들이 하나, 둘 들어온다. 이 곳은 복대동 충북대 사거리에 위치하고 있는 '월드휴먼브리지 돌봄공동체(대표 김찬경)'다.

올해 3년차에 접어드는 방과후 초등돌봄교실로 청주행복교육지구 온마을돌봄지원사업 공모를 통해 행정 및 재원 지원과 청주상당교회의 인적·물적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곳이다.

특이점은 돌봄대상이 이주민, 다문화권 아동이라는 점이다. 인근에 위치한 봉명초등학교를 다니는 아동이 대다수로, 봉명초등학교는 전교생의 40% 정도가 이주민 및 다문화권 아동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학교다.

청주시 사창동, 봉명동 일원에 러시아권, 몽골 등 이주민들이 모여서 거주하기 시작했고, 현재 이 지역은 '청주의 이태원'이라 불리고 있다.

자연스럽게 인근의 초등학교는 이주민 아동, 다문화권 아동의 인원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당연히 학교 내의 수업과 운영은 많은 어려움을 가지고 있으며, 이 이주민 아동들의 돌봄 또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3년을 거쳐오면서 우리나라 아동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한국으로 오게 된 이주민 가정 어린이들의 돌봄공백이 큰 실정이다.

온라인학습은 차치하고라도 이주민 가정 학부모들은 가정통신문이나 공지사항 조차 제대로 확인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또한 아침 일찍 일터로 나가 이주민 가정 아이들은 집안에 사실상 방치되는 경우도 많다.

이에 따라 청주 월드휴먼브리지에서 그 고민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 설립, 운영되고 있다.

낯선 마을, 낯선 언어, 낯선 학교가 일상인 아이들은 하교 후 오늘도 어김없이 이 곳에 온다.

이곳에선 말그대로 돌봄 그 자체를 통해 아이들에게 눈 한번 맞춰주고, 밥은 먹고 왔는지, 다친 곳은 없는지, 혹시 학교에서 울고 오진 않은 건지 살피는 게 일상이다. 기초한글과 수학을 자원봉사자 선생님들이 소그룹으로 나눠 학습지도를 하고 다양한 방과후 활동도 겸해 적응을 돕는다.

이곳에서 아이들의 적응을 도우며 생활하다보니 완벽한 의사소통 그 이상의 끈끈한 정을 느끼며 책임감도 갖게 된다.

이 아이들이 자란 5년 후 혹은 10년 후, 한국과 청주라는 곳에서의 유년시절을 어떻게 기억할까.

그 시절 매일 만났던 돌봄교실 선생님을 어떻게 기억해줄지 문득문득 떠올리는 순간 가슴 한켠이 따뜻해지길 소망하며 오늘도 아이들을 기다려본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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