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20년산 공공비축미곡 매입현장. / 증평군 제공
공공비축미곡 관련 자료사진. 본문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습니다. /중부매일DB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곡물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며 세계 각국의 식량안보에 비상이 걸렸다. 세계 주요 곡물 수출국이 빗장을 걸며 자국 식량 보호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뚜렷한 식량안보 대책을 갖고 있지 못한 우리나라는 세계적 추이를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 9일 곡물 수출금지 조치를 내렸고, 인접한 불가리아도 곡물 수출에 빗장을 걸었다. 이러한 움직임에 따라 세계인의 식량이 된 밀의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원이 발표한 '국제 곡물 4월호'를 보면 지난달 식용 밀의 수입단가가 톤당 448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나 올랐다. 또 옥수수는 31%, 채유용 콩은 19% 상승했으며, 지난달 사료용 옥수수의 수입단가도 톤당 324달러로 전년보다 31% 올랐다.

이처럼 유가 등 주요 원자재와 밀 등 곡물가격의 상승이 우리나라 물가 전반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5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4.1%가 올랐다. 이는 2011년 12월 4.2%이후 10년 3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물가 급등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의 최대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의 2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7.7%로 걸프전 직전인 1990년 12월이후 31년 2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달에 비해 1.2%, 전년동월에 비해 8.5%가 상승했다. 이는 1981년 이래 41년 만에 최고치다. 또 주요 20개국(G20)은 6.8%, 주요 7개국(G7)은 6.3%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우크라이나 전쟁이 세계 경제를 새로운 인플레시대로 몰아가고 있다.

각종 원가 비용이 오르면서 자영업자 사이에서는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영업제한의 터널을 지나고 나니 이번에는 식자재값 폭등이라는 암담한 터널을 또 만났다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농민과 축산농가도 급등한 비료와 사료값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식탁물가에도 국민들의 부담이 늘어가고 있다.

이제 식량안보와 먹거리 자급률이 당면문제가 됐다. 전문가들은 민생이 걸려있는 문제인 만큼 정확한 수요와 공급을 예측해 식량안보의 공급망 위기가 닥쳤을 때 대응할 수 있는 비축대책 매뉴얼을 만들고, 지금부터라도 국내는 물론 해외 식량기지를 만들어 자급자족 기반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당장 필요한 곡물들을 자급화할 수는 여건 마련이 어려운 만큼 단계별 단기, 중·장기 대책을 마련하고, 몇몇 나라에 의존하고 있는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등 서둘러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 구체적이고도 현실가능한 식량안보, 식량주권 대책이 시급한 시점이다. 이는 어느 분야보다 시급한 새 정부의 당면과제이기도 하다. 적어도 식량대란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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