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NPO를 찾아서

▲ 미토예술관의 아트타워
③ 일본의 시민운동과 한국NGO

서원대NGO사업단(단장 이헌석 서원대 법학과 교수)의 일본 이바라키 시찰은 1990년대 이후 일본 시민들의 볼룬티어활동과 민간 비영리섹터 활동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일본 시민운동의 쟁점을 크게 라이프 스타일과 관련된 운동, 사회적 공정과 아이덴티티, 시민주권 확보를 위한 운동 그리고 풀뿌리 차원의 국제연대 운동으로 구분할때 세 가지 영역의 활동을 두루 목격한 셈이다.

일본시찰단은 자체 평가 자리에서 “일본은 가치지향형 네트워크 방식을 통해 시민중심의 운동을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본받을 만 하다. 그러나 정치적 이슈에 대한 역동성은 찾아보기는 힘들다”는 공통된 의견을 피력했다.

그럼에도 시간적으로 한국은 일본보다(사회경제적 환경 변화는 차치하고) 길게는 30년까지 늦은 운동 분야가 많다.

지역과 시민에 기반한 풀뿌리운동

실례로 국내에서는 1990년대 도입된 내셔널트러스트(국민신탁)운동이 일본에서는 1964년 시작돼 지난 85년에 ‘자연환경보전법인(트러스트 법인)이 법제화 됐다.

또 이미 80년대 생활협동조합 운동은 일본의 대표적 풀뿌리 시민운동으로 자리잡았으며 80년대 후반 외국인 노동자 유입이 급증하면서 소수자에 대한 반차별·인권운동이 일본 정부가 국제연합과 함께 인종차별 철폐조약 조인을 하도록 이끌었다.

한국NGO가 일본NPO에 비해 정치활동적 시민단체라는 인식이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일본인들이 정치에 무관심하다고 일축할 근거는 못된다. 1980년대 이후 일본 정치학자 다카바타케 미치토시는 시민운동을 ‘반정치적인 정치운동’이라고 규정했다. 비정치적인 것이 아니라 생활인의 입장에서 정치에 참여해 나간다는 시각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정치적 리더십 자체를 시민이 획득하고자하는 적극적 방식으로서의 대안정치운동은 대리인운동을 이끌었다. ‘생활의 정치화, 정치의 생활화’를 표방한 80년대 대리인 운동은 여성의 지방의회 진출 토대를 마련하기도 했다.

그러나 단순히 여성정치인과 여성정치 리더의 양적 증대가 아닌 사적 공간에 있던, 즉 정치에서 먼 거리에 있는 사람들을 대안정치 주체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최근 총선을 앞두고 불고 있는 국내 ‘여성정치세력화‘바람과는 동상이몽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바라키 쓰쿠바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한영혜 교수(한신대 국제학부)는 저서 ‘일본사회 개설’을 통해 “일본 시민운동 전체를 한 가지 성격으로 규정하기는 어렵지만 가장 중요한 특징을 꼽으라면 지역에 기반을 둔 운동, 주민을 통해 운동의 리더십이 형성되는 풀뿌리운동이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 한국 시민운동을 말하다

▲ 서원대 NGO 사업단
이바라키의 주요 NPO활동을 시찰한 서원대 NGO사업단은 시찰 나흘째인 13일 저녁 히라가다항 인근에 위치한 숙소에서 자유토론을 진행했다. 각자의 경험 속에서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행동하는복지연합 양준석 사무국장은 “삶의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선 주민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운동방식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으며 이 단체 양은희 간사는 “한국의 시민운동은 가치로 묶이는 네트워크형이 아닌 보여주기식의 활동을 펼쳐온 것이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이효윤 국장은 “아사자를 통해 민-관은 물론 기업이 참여하는 시민운동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갖게 됐다”며 “한 단체가 다양한 사업을 벌이기보다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헌석 교수는 “일본의 NPO 회원 및 기부에 의한 재정자립도는 국내 못지 않게 취약하다. 이들이 ‘가치 지향적 운동’과 ‘지방자치단체의 하청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하는 것은 역으로 일본의 NPO가 봉착한 정체성의 문제를 표현한 것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임성재 청주방송 편성국장은 “한 사람의 전문가 제안으로 인해 지금의 아사자 프로젝트가 가능했다. 가스미가우라 호수에서 나는 한국의 시화호와 새만금을 떠올렸다. 문제 지적에 그치지 않고 대안을 제시해 나가는 운동방식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황태수 교수(서원대 건축공학과)는 “삶의 질에 가치비중을 두는 일본과 한국의 사회정치적 현실은 차이가 있지만 100년 계획을 세우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운동방식은 배울점이 많다”고 역설했다.

김규철 교수(서원대 광고홍보학과) 역시 “장기간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저력은 열정이 없으면 안된다. 개인적 보상이 아닌 상징적 ‘우리’로 묶일 수 있는 광의의 보상이 있어야 순수한 열정이 생긴다고 본다. 우리들에게 과연 그것이 있는지 생각해볼 일”이라고 덧붙였다.

허석렬 교수(충북대 사회학과)는 “지역 문제 해결을 중심으로 전개해온 일본의 시민운동은 국가 문제와 사회 보편적 문제에 대한 무관심 내지 사회를 추동하는 힘이 약할 수 있다. 그러나 지역밀착형 시민운동을 보며 사회학자 입장에서 왜 우리는 못했을까 하는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시민이 만드는 지역 리더십이 그 지역의 지배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피력했다.

서원대 NGO사업단은 6일간의 시찰기간중 이들 NPO현장 이외에도 야스쿠니 신사 유취관과 일본 3대 공원중 하나인 카이라쿠엔을 둘러봤다.

또 미토시 100주년을 기념해 세워진 미토예술관(미술관)의 상징조형물, 이바라키 최초로 동경예술대학에 입학한 일본 근대 미술의 선구자 텐심(天心)기념 이즈라미술관을 통해 일본 근현대 미술의 표피를 경험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