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회 양극화 현상이 10m도 되지 않는 거리에 위치한 두 초등학교의 운명을 갈라놓고 있다.

두 초등학교는 대전 서구 월평동 한아름 네거리에 이웃하고 있는 성천초와 성룡초로 성천초는 전교생 102명에 9학급(특수 포함)으로 학급당 학생 수가 11.3명에 불과해 폐교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반면 성룡초는 전교생 1천60명에 44학급(특수 포함)으로 학급당 학생 수가 24.2명에 달해 심각한 과밀 현상을 빚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소위 가난한 동네에 위치한 초등학교와 부자 동네에 위치한 초등학교를 선택할 때 부자동네 학교로 몰리는 비합리적인 현상으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사회 병폐 현상 때문이다.

성천초 주변의 주거 형태는 성룡초와 같이 아파트 단지인데도 주공 아파트 위주의 단지로 배치돼 비교적 저렴한 아파트로 분류되고, 성룡초는 아파트 시세가 높은 단지에 위치하고 있다. 대다수 학부모들 사이에 "시세가 높은 아파트 거주민들의 자녀가 공부도 잘하고 인성도 좋다"는 왜곡된 인식이 확산하면서 성룡초로 학생들이 몰리고 있다. 또 다른 한편으론 시세가 저렴한 아파트에 사는 자녀는 공부보다는 노는 문화나 비행에 노출돼 혹시 자녀들이 물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폐교 위기에 처한 성천초의 대안으로 성천초를 폐교해 성룡초와 통합하자는 지역주민의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괘를 같이하며 6.1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한 대전시교육감 예비후보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구체적인 대안으로, 성천초와 성룡초를 통합해 두 학교를 하늘다리로 연결하고, 성천초 자리에 복합문화시설을 건립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성천초 자리에 수영장, 체육관, 도서관, 주차장, 문화센터 등을 갖춘 복합문화시설을 건립해 학생들의 교육복지 공간으로 사용하면서 수업 이외의 시간에는 지역주민에게 개방해 평생교육의 장으로 활용하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 예비후보의 구상이다.

그는 "어른들의 잘못된 이기심으로 빚어지고 있는 사회 양극화 현상을 해소하고 아이들의 상처를 보듬어주기 위해 성천초와 성룡초의 통합이 필요하다"며 "사회통합과 교육복지를 실현하는 원칙적인 차원에서 학생과 지역주민 모두가 만족하는 진정한 마을교육공동체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공약했다.

우리사회는 그렇지 않아도 지난 20대 대선에서도 나타났듯이 정치적 양극화가 사회를 불안하게 하는 요소로 자리 잡은지 오래다. 여기에 더해 사회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경우 대한민국은 국민 통합은 멀어지고 사분오열돼 국가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왜곡된 어른들의 인식과 이기심에 아이들이 상처받고 교육환경이 훼손되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학교 통합이 사회 통합으로 이어지고 추후 정치 통합으로 이어져야 한다.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한다. 인재는 향후 1백 년을 바라보고 길러야 한다는 말이다. 교육 통합은 곧 정치 통합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고 교육계가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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