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우리 속담에'남이 장에 가니까 덩달아 씨오쟁이 메고 따라간다.','밤 눈 어두운 말이 워낭소리 듣고 따라간다."는 말이 있다. 줏대 없고, 주관도 없고, 맹목적으로 남이 하는 대로 따라하는 사람을 비웃는 말이다.

한비자'설림상(說林上)'편에 광자동주(狂者東走) 축자동주(逐者東走)라는 말이 나온다. '미치광이가 동쪽으로 달려가면 뒤쫓는 자도 동쪽으로 달려간다'?는 뜻으로 부화뇌동(附和雷同)이란 말과 같은 개념이다.

곤충학자 장 앙리 파브르는 날벌레들의 생태를 주의 깊게 관찰하던 중 매우 중요한 사실을 발견했다. 날벌레들은 아무런 목적도 없이 무턱대고 앞에서 날고 있는 놈만 따라서 빙빙 돈다는 것이다. 어떤 방향이나 목적지도 없이 그냥 도는 것이다.

빙빙 돌고 있는 바로 밑에다 먹을 것을 가져다 놓아도 거들떠보지도 않고 계속 돌기만 한다. 이렇게 무턱대고 7일 동안이나 계속 돌던 날벌레들은 결국 굶어서 죽어 간다고 한다. 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아무런 목표 없이 파브르가 관찰한 날벌레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전체 인류의 87%에 이른다고 한다.

어느 날, 사과나무 아래서 낮잠을 자던 토끼는 '꽝'하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도망을 쳤다. 이 모습을 본 노루가 이유를 묻자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고 있어"라고 토끼가 대답을 했다. ? 놀란 노루도 토끼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고, 이어 원숭이도, 코끼리도, 너구리도, 숲속의 모든 친구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숲속 끝에는 천 길 낭떠러지가 있는지도 모르고 달렸다. ? 숲속의 왕 사자가 이들을 멈추게 하고 왜 달리는지 이유를 물었다. 사정을 알게 된 사자는 동물들을 데리고 토끼가 낮잠을 자던 장소로 가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나무 아래 도토리 한 알이 떨어졌을 뿐 너무나 평화롭기 짝이 없었다. ?

'스프링 벅'이라는 산양은 보통 5, 6마리에서 30여 마리의 작은 무리를 지어 살지만 어떤 날 갑자기 한 곳에 속속 모여 수 천 마리나 되는 큰 집단을 이룰 때가 있다. 이렇게 되면 인도자격의 큰 양이 앞장을 서서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이기심이 많은 산양은 맹수의 습격이 두려워 결코 대열을 떠나 옆에 있는 풀을 먹으려고 하지 않는다. 다른 양들과 몸을 맞대고 그 뒤를 따르며 앞에 있는 풀만 모조리 먹어치운다. 제각기 자기를 보호하고 게다가 풀을 많이 먹으려고 밀어닥치니 얼마 후에는 친구들을 마구 떠다밀면서 점점 빠르게 전진하게 된다. 뒤따르는 양들이 점점 빨라지기 때문에 인도자는 자연히 뛰게 되고 인도자가 뛰니까 뒤에서도 늦을세라 더욱 뛴다. 결국 모두가 전속력으로 뛰게 된다. 인도자는 어느새 풀이 많은 새로운 거주지로 데려갈 생각도 잊어버리고 그저 앞으로만 돌진한다. 모래를 날리며 질주하는 양떼들은 어느 새 사막을 건너 해안에 이른다. 그러나 앞선 양은 멈출 수가 없다. 뒤에서 밀어닥치는 무서운 힘에 밀려 냇물이 바다로 흘러내리듯 바다로 밀려들어간다. 얼마 후 바닷가엔 가련한 양들의 시체로 메워지는 것이다.

지금 우리의 삶은 어떠한가? 혹시 남을 따라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죽기 살기로 달려가고 있는 건 아닌지 한 번쯤은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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