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우 칼럼] 김동우 논설위원

인간의 덧없는 욕망을 가리키거나 이 욕망으로 인생을 망칠 때 '이카로스의 날개'라 표현한다. 그리스 신, 이카로스는 다이달로스와 미노스 왕의 여종 사이에서 태어났다. 다이달로스는 미노스의 지시로 크레타섬에 한 번 들어가면 나올 수 있는 미로(Labyrinthos)를 만들었다. 다이달로스는 이곳에 아들과 함께 들어가는 벌을 받았다. 왕비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자신은 그렇다 치고 아들도 그러하니 죽을 맛이었다. 자신 작품이니 분명 탈출로를 알고 있을 터. 미로에는 지붕이 없다. 새 깃털과 밀랍으로 날개를 만들어 자신과 아들 등에 달았다. 날기 전 아들에게 신신당부했다. "너무 낮게 날면 날개가 바다 습기를 먹어 날지 못한다. 너무 높이 날아 태양 가까이 가면 밀랍이 녹는다. 너무 낮게도 높게도 날지 마라. 중간이 좋다." 이카로스는 이를 무시한 채 높게 날았다. 아뿔싸! 태양열에 의해 밀랍이 녹아 더 날 수 없었다. 탈출의 해방감에 취해 아버지 경고를 망각했기 때문이다. 시쳇말로 너무 방방 떴던 셈이다.

이카로스의 무모함에 버금가는 동물이 있다.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레밍(Lemming:들쥐)이다. 레밍은 직선으로 우르르 몰려다니는 무리 생활을 한다. 앞에 있던 레밍이 먹이를 쫓아가면 뒤 레밍들은 먹이 유무, 시공간과 관계없이 무조건 뒤를 따른다. 레밍 속도가 장난이 아니다. 벼랑으로 달릴 때 추락 직전 정지가 불가능하다. 왕창 벼랑 아래 바다나 땅바닥으로 떨어져 죽는다.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다. 앞선 쥐가 달리니 죽을지도 모른 채 덩달아 달린다. 브레이크 없는 벤츠인 셈이다. 레밍은 최악의 근시(近視)다. 활동이 시각보다 감각에 의존한다. 눈앞의 이익이나 상황에 몰입해야 하고 무리 생활이 불가피한 이유다.

우리 정치가 이카로스나 레밍에 비견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일단 정치 권력을 잡으면 무소불위의 제왕적 행태를 보인다. 천하를 다스리는 천자로 착각한다. '승자독식'이란 못된 사고가 각인된다. 권력자의 성향도 진보/보수가 분명하다. 중도(中道)는 없다. 여론도 칡과 등나무가 서로 얽혀 나무를 타고 올라가는 형상을 이룬다. 갈등이며 대립한다. 나무를 살리기 위해 칡과 등나무를 베어 버린다. 칡과 등나무의 삶은 끝이다. 이카로스와 레밍의 바다 추락과 다르지 않다.

권력 교체기에 많은 탈 권력자가 추락하는 이유는 무얼까? 가장 큰 원인은 권력 남용과 오용이다. 국민이 위임한 권력은 그 양과 경계가 있다. 그 양을 초월하고 경계를 벗어난다. 법. 관습, 원규, 도덕 등을 수시로 어긴다. 이들보다 권력이 우선한다고 착각해 국민이 상상할 수 없는 일을 가볍게 저지른다. 문제가 생기면 어디서 끌어왔는지 주절주절 그럴듯한 핑계를 댄다. 국민은 그 술수에 속기 일쑤다. 정치적 모략에 당할 수밖에 없다. 국민은 권력을 위임할 수 있지만, 그 권력을 환수하기는 극히 어렵기 때문이다.

요즘 이런 추락이 예상되는 일이 더욱 횡횡하고 있다. '검수완박(檢搜完剝:검찰의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처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의 짓거리가 바로 대표적이다. 법조계, 사회단체, 타당, 학계 등 곳곳에서 강렬한 반대에도 쪽수 밀어붙이기, 이른바 인해전술을 폈다. 반대가 격하고 역풍이 예상되자 민주당은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받아들였고 국민의힘도 반대를 멈췄다. 여야 합의로 법안 통과가 확실해졌다. 검찰총장과 고검장급 검사의 사표가 이어졌다. 어느 쪽이 추락할지 두고 볼 일이다. 뒷거래가 의심스럽다.

새 내각 후보자들 역시 자칫 이카로스와 레밍 꼴 나게 생겼다. '아빠 찬스(Dad chance)' 때문이다. 코드 인사가 불가피하더라도 어찌 그리 과거의 폐습을 답습하는가? 인사 필터링이 고장 났는가? 조사해보면 다 안다. 하지만 끝까지 아니라고 한다. 벼랑과 태양이 가까워지는데도 말이다. 아빠 찬스의 경우 이미 추락하는 자를 보지 않았는가? '반면교사'나 '타산지석'의 고사성어가 무색하다.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김동우 논설위원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정치인들은 수시로 넘나든다. 신구갈등이 있을 때 극심하다. 패거리 정치와 막말, 말 뒤집기와 거짓말, 핑계 대기, 심지어 하천이 없는데도 다리를 놓아주겠다는 허풍 등등 모두 경계선을 넘는 행태다. 경계선의 넘나들이. 고질적인 병폐다. 정치인은 경계를 넘어, 벼랑으로 달리는 지경을 인지하지 못한다. 그들에겐 법도, 국민도 없다. 개인적, 파당적 이해 관심만 존재한다. 무모함의 극치다. 이카로스와 레밍이 바다에 빠져 죽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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