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편익' 합의점 찾지 못하고 결국 파행속으로…

세종 공동캠퍼스 조감도. /행복청
세종 공동캠퍼스 조감도. /행복청

[중부매일 나인문 기자]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하 행복도시건설청)과 세종시가 수년간 공들여온 'KAIST 융합의과학원'이 충북 '오송 바이오메디컬 캠퍼스타운'으로 급선회한 것을 두고 허탈감을 넘어 배신감을 토로하는 시민들이 적지 않다.

당초 2018년 KAIST와 세종시 집현동(4-2생활권) 공동캠퍼스 내에 '융합의과학원 입주'를 위한 합의각서(MOA)를 체결한 행복도시건설청으로서는 앞서 2008년과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MOA(양해각서)를 체결한 만큼 당혹감을 넘어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MOA는 MOU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책임과 함께 구속력도 일부 있었던 만큼, KAIST의 변절에 대해 할 말을 잃은 모습이 역력하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이미 지난해부터 교수 50여 명, 학생 500여 명 규모의 대학원 과정 운영을 시작하고 캠퍼스 추가 이전·확대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특히, '융합의과학원' 설립을 통해 선진형 연구지원 시스템을 기반으로 전문 임상경험과 연구능력을 겸비한 우수한 의사과학자와 융합 의과학 연구능력을 갖춘 의과학자를 체계적으로 양성해 세계 최고 수준의 임상의와 과학기술자가 자유롭게 교류하고 연구할 수 있는 혁신적인 융합 교육·연구 거점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약속도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신성철 당시 KAIST 총장이 "의과학 분야의 핵심인재 양성 및 선진 연구시스템을 구축해 글로벌 가치창출 선도대학으로 도약하고자 하는 분명한 비전을 갖고 있다"면서 "KAIST가 행복도시의 자족기능 확보 및 지속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촉매제 역할을 수행해 국가균형발전에 기여하고 대한민국의 미래 과학기술혁신을 선도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말한 대목도 회의감을 배가시키고 있다.

세종시도 그러한 바람을 담아 2019년 3월 KAIST와 '바이오산업 육성 및 국제의료과학 복합도시 구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행복도시건설청과 함께 KAIST의 세종 입주를 위한 분위기 고조에 힘을 보탰다.

3월 22일 열린 KAIST 오송 바이오메디컬 캠퍼스타운 조성 협약식. /충북도
3월 22일 열린 KAIST 오송 바이오메디컬 캠퍼스타운 조성 협약식. /충북도

하지만, 융합의과학원 설치가 사실상 무위에 그치면서 행복도시건설청과 세종시는 뒤통수를 맞은 형국이 됐다.

때문에 KAIST의 지나친 욕심과 교육기관의 이념을 저버린 장삿속이 이러한 참담한 결가를 가져왔다는 비난도 나온다.

KAIST가 세종캠퍼스가 입주할 공동캠퍼스 부지 외에 별도로 인근에 접해 있는 대학연구용지 84만㎡를 무상으로 줄 것을 행복도시건설청에 요구한 것이 결렬의 단초가 됐을 것이라는 지적에 기인한다.

한 발 더 나아가 KAIST는 그곳에 40층짜리 주상복합건물 형태의 캠퍼스타운을 건립해 분양이익금으로 융합의과학원을 건립하겠다는 의견도 제시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캠퍼스타운을 건립해 주택, 연구시설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해 자금을 충당하겠다는 제안에 결국 행정도시건설청은 기획재정부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아보라고 권유할 정도로 난감한 입장을 전달했다.

하지만 기재부 예타에서 비용 대비 편익(B/C)이 낮게 나오면서 KAIST와 행복도시건설청은 합의점에 이르지 못한 채 서로 간극을 좁힐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KAIST 관계자는 "세종 공동캠퍼스에 입주를 하려고 수년간 기다렸지만, (행복도시건설청에서) 아직까지도 입주할 대학에 대한 공모를 진행하고 있어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 없었던 상황"이라며 "KAIST 입장에서는 안하겠다는 게 아니라, 충북도가 먼저 손을 내밀어 방향을 틀 수 밖에 없었던 상황으로 이해해 달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세종시에서도 캠퍼스부지에 시립대를 설립하려고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주상복합타운 얘기는 우리가 먼저 제안한 것이 아니라, 행복도시건설청에서 오히려 그러한 형태로 공모를 한다고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재부 예타부분은 어떻게 진행됐는지 정확히 모르겠다. 더 이상 KAIST의 의과학인재 양성 등의 의지가 왜곡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진실공방이 오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충북도가 KAIST의 제안을 전격 수용한 것은 오는 6·1 지방선거에서 표심을 얻기 위한 정략적인 판단에 기초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특히 충북도와 청주시, KAIST가 추진 중인 'KAIST 오송 바이오메디컬 캠퍼스'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열악한 충북도의 재정형편과 달리 천문학적인 건설비용이 소요되는 데다, 사업의 효용성 등을 따져볼 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국가백년대계를 위해 대승적인 발상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대두되고 있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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