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눈] 권오중 시인·가수

잠에서 깨어난 뭇 생명들이 환호작약하며 봄을 노래하고 있다. 4월의 뜨락에 나가면 여기저기서 꽃들이 나 좀 봐달라고 아우성이다. 산수유가 봄을 열더니 목련꽃이 하얀 웃음을 터뜨렸다. 4월의 백미(白眉) 벚꽃이 군무를 추며 뭇 사람의 마음을 빼앗고 있다. 길섶에는 민들레가 산에는 진달래가 수를 놓고 있다. 4월에는 온 누리에 꽃 사태가 난다.

겨우내 조각처럼 우두커니 서있던 나무/따사로운 햇볕에 온몸을 찜질하고/부드러운 훈풍에 마사지한 후/시원한 봄비로 샤워를 하니/피부가 갈라지고 열꽃이 핀다/나무가 열병을 앓고 있다/사랑의 병을 앓고 있다

머얼리 남녘에서/느릿느릿 걸어오는 그님을/초조히 기다리며/마음 졸이고 있다/짜릿한 해후에 마음 설레며/곱게 곱게 꽃단장하니/상큼한 향내가 물씬 난다

온누리에 꽃 사태 나고/동네방네 꽃 잔치 벌어지니/향기로운 꽃내음 천지간을 헤맨다/얼마나 애타게 그리던/환희의 봄날인가/얼마나 사무치게 그리던/재회의 봄날인가

꽃 꽃 꽃들이/봄을 꼬옥 껴안는다/오래오래 내 곁에 있어 달라고(꽃 사태 권오중)

봄비가 잠을 깨우고 봄바람이 살랑살랑 부니 조용했던 산과 들에 생명의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다. 겨우내 삭막했던 산과 들, 뜨락에 온통 꽃등이 켜지며 세상이 환해진다. 4월에 온 누리에 꽃등이 켜지며 동토를 밝히니 우리 마음도 환해진다.

어둠을 밝히는 등불처럼/세상을 환히 밝히며/그대가 오시니//

산과 들/자그만 뜨락에도/온통 꽃등燈이 켜졌습니다//

작고 달콤한/그대 입술에/나비가 취해 있고//

도심 속 야경보다/현란한 그대 모습에/정신이 혼미해져 옵니다

그대여! 연등燃燈처럼/동토凍土를 밝히니/꽃멀미가 납니다(꽃등 권오중)

아침에 편안하게 잠을 자는데 어서 일어나 활동하라고 하면 누구나 귀 찮아한다. 겨우내 활동을 중지하고 땅속에서 편안한 동면(冬眠)을 즐기고 있던 개구리. 경칩(驚蟄)이 다가와 부슬부슬 봄비가 부드러운 손길로 잠 을 깨우며 어서 활동하라고 채근하면 개구리도 싫어할 것이다.

이와 같이 기존의 틀, 기존의 방식, 기존의 관행, 기존의 패러다임 (Paradigm)을 바꾸려 하면,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이를 귀찮아하고 싫어 한다. 따라서 변화와 개혁을 추진하려면 많은 저항과 진통을 겪게 마련 이다. 그래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일찍이 T.S. 엘리엇은 그의 시 '황무지'에서 은유적으로 설파했나 보다.

새봄이 다시 돌아와 꽃이 피고 새싹이 돋아나려면 딱딱한 껍질을 째는 아픔이 따른다 .이와 같이 새로운 세계로 진입하거나 새로운 변화를 시 도하려면 고통이 따르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를 두려워하고 도전을 하지 않는다면 개인은 물론 나라의 발전을 어찌 기대할 수 있으랴.

권오중 시인·가수
권오중 시인·가수

전 세계가 지금 코로나19 팬데믹의 깊은 수렁에서 아직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유증으로 큰 어 려움을 겪고 있다. 역경을 헤치고 새봄이 깨어나듯 힘든 상황과 고통을 이겨내고, 부활(復活)의 기쁨을 누릴 수 있기를 두 손 모아 간절히 기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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