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최석진 충북지방변호사회 회장

최근 이른바 '검수완박' 또는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 등에 관한 형사소송법 및 검찰청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이에 관하여 상반된 목소리가 대한민국을 울리고 있고, 여야는 국회의장의 중재안을 수용했다가 번복하는 소동 속에서 일부 강행처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한민국 검찰은 1948년 이래 최근까지 수사권, 기소권, 영장청구권을 독점한 채 견제 받지 않은 권한을 행사하였고, 항상 살아있는 권력과 함께 하거나 스스로 살아있는 권력으로 행세하였다.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는 어찌 보면 검찰이 스스로 초래한 것이고, 검찰의 수사권 제한으로 거악이 횡행할 것이라는 주장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수사권은 기본적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조치이고,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적법절차에 따라 적정하게 행사되어야 하는데, 유사 이래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이 남용되지 않은 적은 없다.

국민의 기본권을 존중하고 권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한 기관에 모든 권한이 집중되는 것을 막아야 하며, 그 권한이 남용되지 못하도록 제어할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수사권과 기소권이 분리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찬성한다.

그러나,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라는 목적이 정당하다 해도 그로 나아가는 과정이 국민에게 또 다른 큰 불편을 끼친다면 그 정당성이 퇴색될 수밖에 없다.

검경수사권 조정 후 약 1년여가 흐른 지금 수사 현장에서는 고소장 접수 거부, 검찰과 경찰의 책임 회피, 특히 법리 이해 부족으로 인한 사기나 횡령, 배임 등 경제범죄에 대한 사건처리 지연, 불송치결정에 대한 실효적인 불복장치 미비 등 많은 실무적인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검찰의 권한이 국민의 기본권 및 권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제어되어야 하듯이, 점점 거대해질 경찰의 수사권 역시 마찬가지 이유로 견제받아야 하며, 경찰을 견제할 수 있는 역할은 검찰이 담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당면한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경찰 수사 인력 및 역량 등에 대한 근본적인 배려와 고려, 결정 또는 처분에 대한 실효성 있는 불복장치에 관한 고민, 상대적으로 커질 경찰권력을 견제할 장치에 대한 세심한 설계 없이 서둘러 추진되고 있는 안을 강행할 경우, 국민 권익의 보호를 목적으로 추진되는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가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최석진 변호사
최석진 충북지방변호사회 회장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적절히 분산시키고 공정한 수사와 기소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형사사법체계를 개선하는 것이 국민을 위한 시대적 과제임은 분명하다. 다만 목적이 정당할지라도 충분한 검토와 방안 마련 없이 시간에 쫓겨 추진한다면 그 과정에서 오히려 국민의 피해가 가중될 수 있다. 수십 년간 지속된 시스템을 변경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으며, 함부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국회는 국민의 권익을 보장하기 위해서라도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신중하게 처리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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