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김동우 논설위원

이번 충북도지사 선거는 여느 때보다 그 과정과 결과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 주인공은 더불어민주당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국민의힘 김영환 전 국회의원이다. 맞대결인 데다 인연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모두 충북에서 태어났다. 청주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 선후배다. 민주화 운동에 따른 긴급조치 위반으로 구속되기도 했다. 노 후보는 한때 노동운동의 하나로 전기기술자로 일한 적이 있다. 이미 전기기술자이었던 김 후보가 권유한 데 따른 것이라 전해진다. 노 후보는 국회의원 3선, 김 후보는 4선으로 다선의원이다. 한때 같은 당에서 한솥밥을 먹기도 했다. 정치적으로 이체동심(異體同心)였고, 인간적으로 막역한 사이, 호형호제(呼兄呼弟)관계다.

이런 점에서 일부에선 두 후보 간의 격렬한 선거전을 우려한다. 상대 후보의 정책과 논리는 제치고 약점과 단점에 대한 집요한 공세나 인신공격 등 네거티브 선거전을 펼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자신이나 공약을 알리는 시간보다 상대 후보를 헐뜯는 시간이 선거전에 더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본다는 얘기다. 선거는 일단 이겨야 하는 결승전임을 고려하면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후보들이 서로를 너무 잘 아는 것도 선거에서는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지피지기 백전백승(知彼知己 百戰百勝)'이라 했다. 아니 '지피지기 백전불패(百戰不敗)'라 했다. '남을 알고 나를 알면 패하지 않고 이긴다'는 의미다. 두 후보자 모두 지기(知己)인데다 지피(知彼)이니 절대 패하지 않고 승리한다. 한 후보는 '지피지기 백전백승'을 들고나오면 다른 후보는 '지피지기 백전불패'를 들고나올 셈이다. 그럼 누가 승리하고 누가 패할 것인가?

중국 초나라 시장에서 벌어진 일이다. 상인이 창(矛)과 방패(盾)를 팔고 있었다. "이 창으로 뚫지 못하는 방패가 없어요"라며 창을 자랑했다. 한 사람이 옆 방패 성능을 물었다. 상인은 "이 방패는 어떤 창도 막아낼 수 있어요"라고 자신 있게 답했다. 이어 그 사람은 "그럼 저 창으로 이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되요"라고 묻자 상인은 할 말을 잃었다. '모순(矛盾)'의 유래다,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김동우 논설위원

한 후보는 승리하고 다른 후보는 패하지 않으면 모순이다. 어찌 보면 두 후보 선거전은 이런 모순의 선거전 양상이다. 그러나 승자와 패자는 분명히 있다. 이기면 신승(辛勝)이요, 지면 석패(惜敗)가 예상된다. 그 이유는 선거전은 치열하지만, 너무나 잘 아는 사이여서 '페어플레이(fair play)'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부디 두 후보가 지금까지 약점이나 비리 들추기, 인신공격 선거전에 벗어나 건전한 선거문화정착의 계기를 보여 주길 기대한다. 그래야 도민들은 최선의 선택이 가능하고 충북발전을 이끄는 지도자가 탄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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