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동빈 사회경제부 차장

성공한 한인사업가 A씨는 지난해 12월 뉴욕을 방문한 이광형 KAIST 총장에게 뉴욕캠퍼스를 짓기 위한 부지(1만평)와 건물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협약 직후 이 총장은 뉴욕 현지에서 KAIST 뉴욕캠퍼스 구축을 공식발표했다. 이 사업은 KAIST 중점추진사업이 됐다.

하지만 2개월 후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이 총장은 "(뉴욕캠퍼스를) 막상 하려고 보니 법도 관습과 제도도 달라 대학을 설립하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며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한 사업가의 통 큰 지원 덕에 이슈몰이는 했지만, KAIST는 아직 제대로 된 사업계획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그로부터 한 달 후, 이 총장은 이시종 충북지사 등과 KAIST오송캠퍼스 조성 협약을 발표한다. 33만평 부지에 대학캠퍼스와 의전원과 병원 등이 들어서는 바이오메디컬타운을 조성한다는 내용이다. 충북도와 청주시의 '부지 무상양여'라는 통 큰 지원이 협약발표의 동력이 됐다. 이 사업도 중점추진사업이다.

두 사업은 누군가의 무상지원, 선제적 발표 등 비슷한 점이 많다. 다만 현실화를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도 같다.

KAIST 오송캠퍼스의 핵심은 의대정원 승인이 필요한 의학전문대학원 설립이다. 이 총장도 취임 1년 기자간담회 때 이 부분을 명확히 했다. 이 총장은 당시 "졸업 후 임상의 전향을 10년간 법으로 금지하면 된다"는 초법적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한전공의협의회 등은 즉각 반대성명을 냈고, 복지부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신동빈
신동빈 사회경제부 차장

충북도는 뉴욕사업가가 아니다. 6천억원 상당의 부지를 KAIST에 무상으로 제공하려면, 그에 합당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KAIST 이름만 가져오면 알아서 잘 되겠지', '성과가 필요하니까 일단 하고보자' 식의 사업추진은 위험하다. KAIST가 오송으로 오면, 지역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KAIST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믿기에는 충북도와 이 총장의 행보가 너무나 가볍다.

키워드

#기자수첩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