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들이 태교하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살았으면"

[중부매일 박은지 기자]5월 5일 어린이날, 5월 8일 어버이날, 5월 21일 부부의 날까지. 5월은 가정의 달이라 칭할만큼 가족과 관련된 기념일이 유독 많다. 가정의 달을 맞아 최근 엄마에 대한 그림에세이를 낸 작가가 있어 소개한다. 속리산 비로산장의 주인이자 화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은숙씨가 '엄마생각'이란 책을 발간했다. 지난 2010년 작고한 비로산장의 전 주인 이상금 여사에 대한 막내딸의 추억과 그리움이 가득한 사모곡에 대해 들어본다. / 편집자
 

"올 겨울 생활고 때문에 소장하고 있던 '엄마생각'이란 그림을 팔게 됐다. 그림 배송이 결정된 날 저녁 난 엄마와 이별하는 듯한 마음에 잠이 오지 않았다. 밤새도록 내 그림들에 대한 글을 썼다. 며칠 후 컬렉터에게 그림을 전달하면서 글을 보여주니 책을 내면 좋겠다는 의견을 줬다. 가족들을 비롯한 여러 사람의 응원덕분에 책이 나오게 됐다."

김은숙 작가는 세간에 알려진 바와 같이 비로산장의 전 주인인 故 김태환·이상금씨 부부의 막내딸이자 현재 속리산 비로산장을 운영하고 있는 화가다. 특히 지난 2010년에 작고한 이상금 여사는 넉넉한 인심과 자애로운 성품으로 생전에 방문객들에게 인상깊은 기억을 남기며 현재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김은숙 작가가 가장 기억에 남는 이상금 여사는 어떤 모습일까?

"엄마는 항상 나와 눈이 마주치시면 환하게 웃어주셨다. 산중생활이 고달프기도 하셨을텐데 웃음을 잃지 않으셨다. 그래서 엄마생각을 하면 지금도 입꼬리가 올라가며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나뿐 아니라 누구에게도 환한 미소를 짓곤 하셨다."

김 작가는 최근 노신사와 생전의 이상금 여사와의 50여년 전 일화를 전했다.

이야기인즉슨 지금의 노신사는 50여년전 당시 고등학생시절 친구 3명과 속리산여행을 왔는데 수중에 돈이 없어 개울물을 마시고 있었단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산장 아주머니(故 이상금 여사)가 '학생들 수제비라도 해줄까요?'라며 내놓은 음식을 허겁지겁 먹어치웠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수제비를 먹고 50년간 까마득히 잊고 살다가 지난해 한 일간지에 보도된 기사를 보고 '수제비'를 떠올렸다고. 전국 각지에 흩어져 살던 친구 3명에게 연락을 했는데 벌써 친구 한명은 세상을 떠나 자신만이라도 먼저왔다며 커피믹스 한통을 들고 왔단다.

김 작가는 "엄마가 떠나신지 10여년이 지났는데도 엄마의 아름다운 삶의 이야기는 이렇게 계속 이어지고 있다" 면서 "삶이 고단하다고 느껴질 때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불현듯 정신이 번쩍 들곤 한다"고 했다.

기댈 곳 없는 나그네에게 휴식처를 내어주고, 팍팍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온기 가득한 위로를 건넸던 어머니에 대한 기억, 그 기억을 갖고 있는 김 작가에게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엄마들을 향한 응원과 당부의 메시지를 물었다.

"엄마가 먼저 건강하고 행복해야 한다. 스스로 행복할 수 있는 매뉴얼을 일상 곳곳에 많이 만들어두면 좋겠다. 저의 경우 청소를 하거나 따뜻한 물을 마시거나 햇빛을 바라보는 일을 통해 기분이 좋아진다. 흐르는 물을 바라보는 일, 풀 뽑는 일, 미장원에 다녀오는 일 같은 소소한 일 등을 통해 재충전하는 시간을 좋아한다."

김양식 청주대 교수는 이번 '엄마생각' 책과 관련 '현상 너머 태깔을 보다'란 축하의 글을 통해 "김화백의 작품들을 연암이 말한 색깔 속의 빛깔, 형태 속의 태깔을 읽어내 표현하고 있다"면서 "그림이 책 속으로 들어가고 그림 속에서 주옥 같은 시가 나온 책이다. 시는 그 자체 김화백의 혼백이요, 속리산의 정기가 문자화된 것"이라고 평했다.

그간의 작품활동과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책 '엄마생각'을 통해 김 작가가 궁극적으로 말하고 싶은 메시지는 뭘까.

"내 마음이 무엇을 생각하며, 내 눈이 무엇을 보는가?'는 아주 중요하다. 우리는 늘 이것을 의식해야 한다. 마치 엄마가 아기를 잉태하면 열달동안 태교를 위해 참되고, 착하고, 아름답고, 좋고, 바른 것만 추구하는 것처럼 말이다. 삶이 복잡하고 힘들수록 우리는 더 그렇게 살아야 한다. 모든 사람들이 평생 태교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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