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윤광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충북지원장

2022년 9월 30일, 충청북도 괴산군에서 세계유기농산업엑스포가 개최된다. 큰 박수를 보내고 환영한다. 전 세계 많은 국가들에서 유기농업 확대를 위한 '질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에 개최되기에, 그 의미가 적지 않다.

'질주'라는 표현을 쓴 까닭은 많은 나라에서 유기농업 목표점을 높이 정하고, 이를 넘어서고자 힘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EU는 2030년까지 전체 재배면적의 25%를 유기농업으로 하겠다고 천명했다. 이를 위해 직불금의 25%를 과감하게 유기농업에 돌리고, 농촌개발기금의 35%를 기후환경 분야에 투입하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의 각오도 단단해 보인다. EU보다 농지가 좁고, 농업인 고령화 정도가 심하여 유기농업 확대에 크게 불리하지만, 늦더라도 차근차근 유기농업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추진 중이다. 목표가 달성된다면 2050년에는 일본 농경지 25%에서 유기농법으로 재배되는 농산물들이 자라게 된다.이를 위해 일본은 농림수산성 장관이 총괄하는 대책반을 구성하여 유기 농업 확대를 위한 농지조성, 새로운 기술과 기계 개발, 관련 연구 등 종합패키지가 포함된 녹색 식량시스템 전략을 마련한 바 있다. 그리고 이들 전략을 실현 시킬 예산을 확보해 2021년부터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왜? 난데없이 유기농업이 떠오르는 걸까. 화학비료와 화학농약 없이 농사를 짓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텐데 말이다. 자칫 잘못하면 생산량은 떨어지고, 비용만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적극적으로 유기농업을 밀어 붙이는 이유가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급격한 기후 온난화로 인한 재앙을 대비하라는 경고등에 불이 들어온 것이다. 더군다나 최근 연구결과 예상보다 기온 상승 속도가 빠르다고 하니 걱정도 빠르게 늘고 있다. 농업도 지구온난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농업·임업 분야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5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처방전 중 중요부분이 화학농약과 비료를 줄이는 것이다.

EU는 이 처방전을 토대로 유기농업 면적을 25%까지 늘리고, 화학 농약사용량은 50% 줄이며, 화학비료 사용량 역시 30% 떨어뜨리는 조치를 담은 농업전략을 발표했다. 이름 하여 Farm to Fork 전략이다.

그런데 여기에 EU 암 예방 전문가들이 숟가락 한 개를 얹었다.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암 환자 수를 줄이는 방법을 찾다, 환경을 보호하는 안전한 먹거리에 주목한 것이다. 그 결과 2021년부터 시행된 EU의 암 예방정책에 Farm to Fork 전략이 포함됐다.

정리해 보자면 지구 온난화를 예방하고, 건강을 지키는 농업분야의 대표 주자로 유기농업이 떠오른 셈이다.

윤광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충북지원장
윤광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충북지원장

이런 상황에서 세계유기산업농엑스포가 우리나라에서 개최된다. 유기농업에 대한 관심이 지금보다 덜했던 2015년 괴산세계유기농산업엑스포에서도 약 20개국이 참여한 바 있었다. 올해는 얼마나 많은 국가들이 참여하여 우리나라 유기농업의 현재와 미래에 관심을 표명할 것인가. 우리는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그 답은 올해 9월 말 괴산군에서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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