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이성범 수필가

얼마전 어느 책에서 읽은 내용이다. 영화 '패치 아담스'에서 아담스는 불행한 가정 환경을 비관하다가 스스로 정신병원에 입원한다. 그러나 그는 환자들사이에서 서로의 문제에 귀 기울여 들어주는 것의 중요함을 배우며 생활하다가 '주는 것'이 행복의 비결임을 깨닫는다. 그후 아담스는 정신병원을 나와 광대 코를 달고 어린 암환자를 웃기고 천사 날개를 달고 나타나 환자들에게 유쾌하게 말을 건네는 의학도가 된다. 이야기는 실화이며 이것을 바탕으로 한 영화 '패치 아담스'가 제작됐다. 영화속 패치 아담스는 실존인물 '헌티 아담스'로 실제로 헌티는 훗날 의사가 되어 1만5천명 이상의 환자를 무료로 치료해 주고 의사봉사기관을 세웠다고 한다.

무릇 행복한 사람은 남을 위해 주는 것을 즐긴다. 그리고 주는 것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주는 것에는 어떤 마법같은 힘이 숨겨서 있어서 행복해지는 것일까? 일반적인 생각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마라톤을 하는 사람들은 처음에는 심한 고통을 느끼지만 어느 시점을 지나면 쾌감을 느낀다고 한다. 이 현상을 '러너스 하이(Runner's High)' 라고 한다. 뇌에서 기분 좋은 물질이 분비되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누군가를 도울때도 이런 기분 좋은 경험을 하게 된다고 한다. 이를 '헬퍼스 하이(Helper's High)' 라고 한다. 이처럼 누군가를 돕는 행위는 본능적으로 우리를 기분좋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둘째, 누군가에게 베풀면 우리는 '나는 쓸모있는 사람이다'라는 느낌을 갖게된다. 심리학자들은 사람들을 실험실에 초청한후 가장 먼저 얼마나 행복한지 물어보았다. 그런후에 사람들에게 봉투 하나씩을 나누어 주었는데 거기에는 5달러짜리 지폐 한 장이 들어있었다. 심리학자들은 절반의 사람들에게는 '이 돈을 전부 자기 자신을 위해 쓰시오' 라고 지시했고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 이 돈을 전부 다른 사람을 위해 쓰시오'라고 지시했다. 그러고는 돈을 다사용한 후 오후 5시까지 실험실로 돌아오도록 부탁했다. 그리고 실험실에 돌아온 후에 얼마나 행복한지 다시 물러보았다. 누구의 행복이 아침에 비해 더 증가했을까?

남을 위해서 돈을 슨 사람이었다. 연구자들은 사람들이 남을 위해 무언가를 하고 난후에는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남을 위해 무언가를 하면 나를 쓸모있는 사람, 좋은 사람이라고 느끼게 돼 기분이 좋아집니다. 가끔 사람들은 '날 위해 물건을 사는 것이 나를 더 행복하게 만들어 줄거야' 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순간적인 행복을 만들어 주기는 합니다. 그러나 그런 행복은 매우 짧고 남을 위해 주었을 때 느끼는 행복은 오래갑니다'라고 말이다.

그렇다. 모름지기 행복이란 희망을 그리는 상태에서의 좋은 감정으로 심리적인 상태 및 이성적 경지 또는 자신이 원하는 욕구와 욕망이 충족돼 만족하거나 즐거움과 여유로움을 느끼는 상태로 불안감을 느끼지 않고 안심해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행복을 누리는 비결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다른 사람에게 쓸모있는 존재가 되는 것이며 나아가 서로가 서로에게 의미있는 존재가 되었을 때다.

이성범 수필가
이성범 수필가

이렇듯 행복은 관계에서 오는 것인데 특히 받을 때 보다 줄때가 더욱 행복을 느끼게 하는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지금 행복합니까?' 말은 '오늘 누군가에게 베풀었습니까'라는 말과 같을 것이 아닐까 말이다. 이렇게 본다면 주는 것은 행복의 또 다른 이름일 수도 있다. 이러한 행복은 내 안에 있다. 발상의 전환으로 우리도 행복을 얼마든지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작은 달란트라도 서로 나누어 부족함을 채워 서로 행복해 진다면 이것보다 더 보람있는 일이 어디 또 있으리요? 오늘따라 불현 듯 '행복은 목적지가 아니다. 그것은 삶의 한 방법이다' 라고한 미국 칼럼니스트 버튼 힐리스(Burton Hillis, 1915~1977) 의 말이 뇌리를 스쳐 가슴을 저미어 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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