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강선재 단재초 수석교사

얼마 전 TV에서 위로가 필요한 이 시대의 청춘들을 위한 특별한 서클이라는 프로그램이 방영되었다. 고민으로 위로가 필요한 참가자들과 이들을 돕고자 패널들이 서클로 앉아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좋은 생각을 나누어 서로에게 도움을 주었다. 원형의 공간에서 서로에게 말하고 듣는 동안 발생하는 에너지를 기반으로 참가자들이 문제 해결에 대한 자유의지를 자연스럽게 만들어가는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새 학기 나의 첫 수업은 학생들이 동그랗게 모여 앉아 하나의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시작했다. 모든 것이 새롭고 낯설기만 한 공동체가 한해살이를 위해 함께 지켜나가야 할 공동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신뢰 서클'자리다. 서클에는 기본 약속이 있다. 토킹스틱을 가진 사람만 얘기할 수 있고 나머지 사람들은 경청해야 한다. 서클에서 나온 이야기는 비밀이 보장돼야 하며, 시작과 끝은 반드시 함께해야 한다는 것. 물론 발언권은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준다.

강선재 단재초 수석교사
강선재 단재초 수석교사

배움과 성장이 이루어지는 학교는 누구에게든 안전하고 평화로운 곳이어야 한다. 폭력, 피해, 소외 같은 단어들로부터 멀어 져야 학교는 진정한 공동체로서의 가치를 지닐 수 있다. 교육은 공동체 안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내 안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이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자기표현의 시작은 곧 상대방을 깊이 이해하고 소중한 존재임을 깨닫게 되는 밑바탕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자연스럽게 꺼낼 수 있게 하는 공간. 바로 그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서클이다.

서클로 둘러앉아 본지가 COVID-19와 함께한 시간만큼 흘렀다. 하루 빨리 의자를 바꾸어 둥글게 둘러앉고 싶다. 서로 마주 보고, 듣고 말할 때 우리는 안전하고 평화로운 관계 속에서 공동체의 위기도 슬기롭게 이겨낼 힘을 얻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