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오송캠퍼스·KTX세종역… 민심 못담은 '공수표' 남발 비난

[중부매일 나인문 기자] 6·1 지방선거 후보자등록이 12~13일 이뤄지면서 본격적인 선거전의 막이 오르는 가운데 세종시장 후보들의 공약이 민심과 동떨어져 있어 유권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올해로 출범 10년차를 맞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하 행복청) 초대 청장과 5대 청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이춘희 후보와 국민의힘 최민호 후보가 10년만에 리틀매치를 벌이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상대 후보의 공약을 물타기할 뿐, 정작 시민들이 가려워하는 민심을 폭넓게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기인한다.

당장 KAIST가 세종 공동캠퍼스에 융합의과학원 등을 건립키로 하고 행복청과 양해각서·합의각서를 잇달아 체결해놓고, 별안간 충북 오송으로 행선지를 바꿔 바이오메디컬 캠퍼스타운을 건설한다고 발표했지만, 행복청장을 지낸 이들 후보들은 이렇다할 대처를 하지 못한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미 세종충남대학병원이 개원한 상황에서 15㎞ 거리에 위치해 있는 오송에 대형병원을 짓는다는 게 현실성이 떨어지는 데다, 세종시 건설 취지인 지역균형발전에도 역행하는 사업인 데도 그에 대한 대책은 뒷전에 밀려나 있는 실정이다.

세종시의 최대 현안문제 중 하나인 상가 공실 문제도 '발등의 불'로 떨어졌지만, 당선되면 소상공인의 경영회복에 힘쓰겠다는 두루뭉술한 공약으로 비켜가고 있다.

상가 공실 해결을 우한 업종 제한 철폐를 촉구하는 세종 금강수변상가번영회의 집회 장면. /나인문
상가 공실 해결을 우한 업종 제한 철폐를 촉구하는 세종 금강수변상가번영회의 집회 장면. /나인문

실제, 세종시 금강변 상가의 점포주로 구성된 '세종 금강수변상가번영회'는 지난 9일 세종시청 앞마당에서 집회를 열고 "금강수변상가에 대한 업종제한을 조속히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상가번영회는 "금강보행교 등이 들어서면 세종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란 확신아래 엄청난 투자를 해서 상가를 장만했지만, 세종시에 상가를 지나치게 많이 짓는 바람에 오랜 공실로 고통을 받고 있다"며 "일부 점포주는 이를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선거때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KTX 세종역 신설 공약을 놓고도 표심을 흔들기 위한 포퓰리즘에 불과하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들린다.

KTX 세종역 신설은 2013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으나, 이미 인근에 KTX 오송역이 있기 때문에 경제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난 데다 충북도와 청주시 등의 반발을 불러오면서 번번히 무위에 그쳐왔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철도시설공단(현 국가철도공단)이 2017년 KTX 세종역 신설에 대한 타당성을 조사하기 위해 용역을 발주했지만, 비용 대비 편익(B/C)이 0.59로 나타나 경제성이 부족한 것으로 지적되면서 사실상 일단락됐던 사안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춘희 후보는 "KTX 세종역 설치를 뒷받침할 만한 여건이 많이 변화했다"며 또 다시 이번 지방선거의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논란에 불을 지핀 상태다.

이에 대해 최민호 후보는 "경부선 철로로 하루 8회 왕복 무정차 운행하는 KTX를 조치원역에 정차할 수 있도록 한다면 세종역 신설 고민을 해결할 수 있다"며 KTX 조치원역 정차를 맞불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충북 시민단체가 즉각적으로 반발하는 등 KTX 세종역 건설을 놓고 인접 지역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시민 유모(47)씨는 "선거 때만 되면 표를 얻기 위해 선심성 공약을 쏟아내다가도 당선되면 언제 그랬느냐는 식의 선거행태가 되풀이되는 것은 지역발전을 위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진정으로 시민을 위하고 지역발전을 위해 해결해야 할 현안과제가 무엇인지 깊이 성찰하고 공약을 내놓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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