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연계 관광상품 개발 '청남대 부흥' 꿈 꾼다
[중부매일 정세환 기자] 2022년 5월 10일, 윤석열 제20대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새로운 대한민국이 열렸다. 윤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청와대 전면 개방에 따라 이승만 대통령부터 문재인 대통령까지, 70여년간 12명의 대통령과 함께 한 청와대가 국민 품에 안겼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관해서는 윤 대통령 취임 전부터 국민 소통과 안보 공백 등 갑론을박이 많았으나, 이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포착한 사람이 있다. 바로 청와대-청남대 연계 관광산업 개발로 청남대 부흥을 꿈꾸는 오유길 청남대관리사업소장이다. 중부매일이 오유길 소장을 만나 청남대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말 나들이로 청남대를 찾으시는 것은 정말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겁니다."
오유길 청남대관리사업소장이 아주 자신 있게 청남대를 추천했다. 지난 1991년 옥천군청에서 공직 생활을 처음 시작한 오 소장은 올해 1월 청남대에 관리사업소장으로 부임했다.
"취미가 일이 되면 예전처럼 마음 놓고 즐기지 못한다고 하잖아요. 이따금 가족들과 편하게 놀러오던 관광지가 일터가 되니까 확실히 느낌이 다르더라구요."
청남대가 대통령 별장으로 사용됐을 정도로 손꼽히는 휴양지이기는 하나, 그는 마음 편히 쉴 생각이 없었다.
"청남대가 관광지인 만큼, 이 곳에 첫 발을 디딜 때 '친절'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이용객들이 만족할 수 있는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80여명의 직원 모두가 친절이 몸에 배는 것이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직원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하면서도 항상 서비스 정신에 대해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오 소장 부임 이후 청남대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달 개관한 임시정부기념관이다. 연면적 2천393㎡,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조성된 기념관은 임시정부의 수립과 활동 관련 각종 기록물, 유물 전시와 임시정부 청사 포토존, 인터렉티브 체험시설 등이 마련돼 있다. 청남대의 대표 관람 시설이 들어서는 데에는 그의 역할이 컸다.
"4년 전 도청 예산과에서 근무할 당시 임시정부기념관의 투자 심사나 타당성 조사, 행안부 국비 지원 업무 등을 봤었습니다. 그 때는 제가 이 사업을 마무리 짓게 될 줄 몰랐었는데, 기념관의 태동을 함께 해서인지 운명처럼 느껴지면서 애착이 더 갑니다."
아무리 그래도 소장에 부임하자마자 적응할 시간도 없이 개관식 준비를 하는 것이 힘들고 손길도 많이 갔을텐데, 오 소장은 힘든 줄도 몰랐다고 한다.
"개관식 하루 전날에 송병조 임시정부 의정원 의장과 양기탁 임시정부 의정원 법무담당 국무위원의 후손 분들이 오셔서 제 손을 똑 붙잡고 너무 감사하다고 말씀해주시더라구요. 기념관 사업을 저 혼자서 다 한 것도 아닌데, 연로하신 분들이 제게 그렇게나 감사를 표하는 것에 정말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다섯 달이 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지만, 오 소장이 한 일은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5일 끝난 23일간의 영춘제는 그야말로 '대성공'이었다. 영춘제 기간 동안 방문객은 5만5천787명으로 지난해 3만1천26명 대비 약 80%가 증가했다. 하루 평균 2천789명이 관람했고, 거둬들인 입장료 수익은 2억원이 넘는다. 야외 노마스크 등 코로나19 방역이 완화된 덕도 있겠지만, 임시매표소 운영, 청남대 홍보역량 강화, 주말 시내버스 운영 등 오 소장의 행정력이 빛을 발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분들이 힘들어 하셨는데, 이번 영춘제가 도민들의 힐링에 조금이나마 기여했길 바랍니다. 영춘제는 끝났지만, 5월에도 주말마다 여러 행사가 준비돼 있으니 많은 분들이 찾아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오 소장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는다. 그는 청와대 개방에 빠르게 발맞춰 청와대와 연계한 관광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청와대 내 홍보 부스 설치, 기념엽서·마그넷 등 공동 기념품 점 운영, 상호 교류로 대통령 기념물 대여·전시, 청남대-청와대 공동 마케팅으로 스탬프 투어와 관람 요금 할인 지원 등이다.
"사실 지금 당장 다 할 수 있다고 말하면 거짓말이죠. 청와대를 개방하면서 청남대처럼 지자체에 이양할지, 아니면 새로운 기관을 만들지 등 관리권 주체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확정되면 청남대에서도 청와대와 관광 연계할 수 있도록 곧장 실무적으로 접근하려고 합니다."
그는 청와대와 연계해 청남대를 제대로 홍보해보겠다는 포부에 들뜬 표정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청와대 개방은 관광 등 여러 측면에서 분명 획기적인 일입니다. 다만 청남대 또한 이에 못지 않습니다. 청남대에는 대청호를 비롯해 도심 속에서 만날 수 없는 수려한 자연경관이 있습니다. 대통령 자료와 기념물은 물론, 임시정부 역사 탐방과 힐링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곳은 청남대가 전국에서 유일무이한 명소입니다."
오 소장은 청남대-청와대 연계를 통해 청남대의 궁극적인 목표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청남대가 충북도에 이관된 이후로 20년 가까이 한 번도 국비 지원을 제대로 받은 적 없이, 100% 도비로만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제가 언제까지 소장으로 있을지는 모르지만, 제가 있는 동안에 국가적 차원의 청남대 지원을 꼭 이끌어 내보고 싶습니다."
청남대 내부에서는 수익 활동이 불가능해, 청남대의 유일한 수입원은 입장료가 전부이다. 그러다 보니, 청남대에서는 생태탐방로 조성이나 임시정부기념관 건립 등 관광자원 확충 과정에서 매년 20억원 가까이 적자가 난다. 또 청남대를 옥죄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금 청남대는 댐특별구역, 산림보전지역, 상수원보호구역 등 6~7가지 규제에 묶여 있습니다. 물론 환경자원 보호도 중요하지만, 조금만 규제가 완화되면 청남대 주변에도 카페 등 관광자원이 차곡차곡 들어설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청남대가 문의면 전체의, 더 나아가서는 청주의 지역 경제까지 부흥시킬 수 있다고 봅니다."
한편 청남대는 이번 청와대 개방을 맞아 10~22일에 무료로 개방한다. 또 주말에는 다채로운 특별 공연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당장 여건이 안돼 청와대 관람을 하지 못하는 도민들은 청남대에서 역대 대통령들을 만나 자연 속 힐링을 누려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