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연계 관광상품 개발 '청남대 부흥' 꿈 꾼다

오유길 청남대관리사업소장 /김명년
오유길 청남대관리사업소장 /김명년

[중부매일 정세환 기자] 2022년 5월 10일, 윤석열 제20대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새로운 대한민국이 열렸다. 윤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청와대 전면 개방에 따라 이승만 대통령부터 문재인 대통령까지, 70여년간 12명의 대통령과 함께 한 청와대가 국민 품에 안겼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관해서는 윤 대통령 취임 전부터 국민 소통과 안보 공백 등 갑론을박이 많았으나, 이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포착한 사람이 있다. 바로 청와대-청남대 연계 관광산업 개발로 청남대 부흥을 꿈꾸는 오유길 청남대관리사업소장이다. 중부매일이 오유길 소장을 만나 청남대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중부매일 김명년 기자] 16일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청남대에서 관람객들이 대청호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명년
청남대를 방문한 관광객들이 대청호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중부매일DB 


"주말 나들이로 청남대를 찾으시는 것은 정말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겁니다."

오유길 청남대관리사업소장이 아주 자신 있게 청남대를 추천했다. 지난 1991년 옥천군청에서 공직 생활을 처음 시작한 오 소장은 올해 1월 청남대에 관리사업소장으로 부임했다.

"취미가 일이 되면 예전처럼 마음 놓고 즐기지 못한다고 하잖아요. 이따금 가족들과 편하게 놀러오던 관광지가 일터가 되니까 확실히 느낌이 다르더라구요."

오유길 청남대관리사업소장 /김명년
오유길 청남대관리사업소장 /김명년

청남대가 대통령 별장으로 사용됐을 정도로 손꼽히는 휴양지이기는 하나, 그는 마음 편히 쉴 생각이 없었다.

"청남대가 관광지인 만큼, 이 곳에 첫 발을 디딜 때 '친절'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이용객들이 만족할 수 있는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80여명의 직원 모두가 친절이 몸에 배는 것이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직원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하면서도 항상 서비스 정신에 대해 강조했습니다."

오유길 청남대관리사업소장 /김명년
오유길 청남대관리사업소장 /김명년

실제로 오 소장 부임 이후 청남대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달 개관한 임시정부기념관이다. 연면적 2천393㎡,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조성된 기념관은 임시정부의 수립과 활동 관련 각종 기록물, 유물 전시와 임시정부 청사 포토존, 인터렉티브 체험시설 등이 마련돼 있다. 청남대의 대표 관람 시설이 들어서는 데에는 그의 역할이 컸다.

"4년 전 도청 예산과에서 근무할 당시 임시정부기념관의 투자 심사나 타당성 조사, 행안부 국비 지원 업무 등을 봤었습니다. 그 때는 제가 이 사업을 마무리 짓게 될 줄 몰랐었는데, 기념관의 태동을 함께 해서인지 운명처럼 느껴지면서 애착이 더 갑니다."

아무리 그래도 소장에 부임하자마자 적응할 시간도 없이 개관식 준비를 하는 것이 힘들고 손길도 많이 갔을텐데, 오 소장은 힘든 줄도 몰랐다고 한다.

"개관식 하루 전날에 송병조 임시정부 의정원 의장과 양기탁 임시정부 의정원 법무담당 국무위원의 후손 분들이 오셔서 제 손을 똑 붙잡고 너무 감사하다고 말씀해주시더라구요. 기념관 사업을 저 혼자서 다 한 것도 아닌데, 연로하신 분들이 제게 그렇게나 감사를 표하는 것에 정말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다섯 달이 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지만, 오 소장이 한 일은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 5일 끝난 23일간의 영춘제는 그야말로 '대성공'이었다. 영춘제 기간 동안 방문객은 5만5천787명으로 지난해 3만1천26명 대비 약 80%가 증가했다. 하루 평균 2천789명이 관람했고, 거둬들인 입장료 수익은 2억원이 넘는다. 야외 노마스크 등 코로나19 방역이 완화된 덕도 있겠지만, 임시매표소 운영, 청남대 홍보역량 강화, 주말 시내버스 운영 등 오 소장의 행정력이 빛을 발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분들이 힘들어 하셨는데, 이번 영춘제가 도민들의 힐링에 조금이나마 기여했길 바랍니다. 영춘제는 끝났지만, 5월에도 주말마다 여러 행사가 준비돼 있으니 많은 분들이 찾아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오 소장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는다. 그는 청와대 개방에 빠르게 발맞춰 청와대와 연계한 관광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청와대 내 홍보 부스 설치, 기념엽서·마그넷 등 공동 기념품 점 운영, 상호 교류로 대통령 기념물 대여·전시, 청남대-청와대 공동 마케팅으로 스탬프 투어와 관람 요금 할인 지원 등이다.

청남대 대통령기념관 /충북도
청남대 대통령기념관 전경.


"사실 지금 당장 다 할 수 있다고 말하면 거짓말이죠. 청와대를 개방하면서 청남대처럼 지자체에 이양할지, 아니면 새로운 기관을 만들지 등 관리권 주체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확정되면 청남대에서도 청와대와 관광 연계할 수 있도록 곧장 실무적으로 접근하려고 합니다."

그는 청와대와 연계해 청남대를 제대로 홍보해보겠다는 포부에 들뜬 표정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청와대 개방은 관광 등 여러 측면에서 분명 획기적인 일입니다. 다만 청남대 또한 이에 못지 않습니다. 청남대에는 대청호를 비롯해 도심 속에서 만날 수 없는 수려한 자연경관이 있습니다. 대통령 자료와 기념물은 물론, 임시정부 역사 탐방과 힐링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곳은 청남대가 전국에서 유일무이한 명소입니다."

오 소장은 청남대-청와대 연계를 통해 청남대의 궁극적인 목표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청남대가 충북도에 이관된 이후로 20년 가까이 한 번도 국비 지원을 제대로 받은 적 없이, 100% 도비로만 운영해오고 있습니다. 제가 언제까지 소장으로 있을지는 모르지만, 제가 있는 동안에 국가적 차원의 청남대 지원을 꼭 이끌어 내보고 싶습니다."

오유길 청남대관리사업소장 /김명년
오유길 청남대관리사업소장 /김명년

청남대 내부에서는 수익 활동이 불가능해, 청남대의 유일한 수입원은 입장료가 전부이다. 그러다 보니, 청남대에서는 생태탐방로 조성이나 임시정부기념관 건립 등 관광자원 확충 과정에서 매년 20억원 가까이 적자가 난다. 또 청남대를 옥죄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금 청남대는 댐특별구역, 산림보전지역, 상수원보호구역 등 6~7가지 규제에 묶여 있습니다. 물론 환경자원 보호도 중요하지만, 조금만 규제가 완화되면 청남대 주변에도 카페 등 관광자원이 차곡차곡 들어설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청남대가 문의면 전체의, 더 나아가서는 청주의 지역 경제까지 부흥시킬 수 있다고 봅니다."

청남대 대통령기념관 앞 양어장에 조성된 음악분수 산책로를 따라 관람객들이 산책을 하며 늦가을 정취를 즐기고 있다. / 김용수
청남대 대통령기념관 앞 양어장에 조성된 음악분수 산책로. /중부매일DB

한편 청남대는 이번 청와대 개방을 맞아 10~22일에 무료로 개방한다. 또 주말에는 다채로운 특별 공연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당장 여건이 안돼 청와대 관람을 하지 못하는 도민들은 청남대에서 역대 대통령들을 만나 자연 속 힐링을 누려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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