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 굳어지는 근이영양증 불구 "장애인 인권개선가 꿈"

이수찬
이수찬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중증 장애를 딛고 충북도교육청이 주관한 2022년 1회 고졸검정고시에 응시해 만점을 받은 이수찬(34) 씨가 화제다.

이 씨는 근육이 무너져 걷기조차 힘들게 되는 '근이영양증'이라는 희귀난치병을 앓고 있다. 지체 장애 1급 중증장애인인 그는 초등학교 때 발병 사실을 알고 학교를 그만두고 집안에서만 생활해 왔다.

이 씨는 2020년 국회의원 선거 투표를 위해 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았을 때 학생들이 사용하는 의자와 책상을 보며 "공부해야 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한다.

장애인 야학인 '해 뜨는 학교(충북교육청 장애인 평생교육시설)'를 통해 검정고시를 접했고,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독학으로 초·중·고 교과목을 공부했다.

손과 발이 움직이지 않아 교과서, 참고서는 어머니와 옥천장애인자립센터 활동 보조 도우미가 넘기고 눈으로만 공부해야 했다.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여러 번 공부했고, 잊어버린 내용은 다시 반복해서 암기하곤 했다.

이 씨는 충북교육청이 시행한 2020년 2회 초졸 검정고시, 2021년 1회 중졸 검정고시, 올해 1회 고졸 검정고시를 모두 만점으로 합격했다.

7과목을 눈으로만 풀고 답을 말하면 감독관이 OMR카드 답안지에 마킹하는 방식으로 어렵게 시험을 치렀다.

이 씨는 "옥천장애인자립센터에 수기 글을 쓰고 신문기사 스크랩 일을 도와주며 자연스레 장애인 인권개선 운동에 관심을 갖게 됐다" 며 "대학교에 입학해 법학 공부를 열심히 해서 장애인 인권 개선에 도움을 주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처음에는 남들은 다 해도 나는 못할줄 알았는데 도전해보니 자신감이 생겼다"며 "하고 싶은 일을 하니 신명이 났고, 저와 같은 아픔을 가진 분도 하고 싶은 일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길 바란다"고 전하기도 했다.

도 교육청 관계자는 "배움을 향한 열정에 나이와 장애가 걸림돌이 될 순 없는 것 같다"며 "비장애인들이 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깨우쳐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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