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박건영 사회경제부 기자

최근 기업들에게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필수 실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들이 환경과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며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추려고 노력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공기업에게는 ESG라는 개념이 떠오르기 전부터 일정부분 사회적 책임이 뒤따랐다. 예부터 공기업에게는 일반 민간 기업들보다 높은 사회적 책임이 요구됐고, 우리 삶에 필수적인 공공재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이를 이행하지 않았을때의 비난 여론은 특히 거셌다 .

그럼 공기업에게 요구되는 그 사회적 책임은 어디까지인걸까? 지난 달 한국전력공사 충북본부는 11개월분, 1억 5천여만원의 전기요금을 체납한 충북온천에게 단전조치를 시행하려고 했다. 일반 자영업자가 이렇게 장기간, 고액의 체납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전 충북본부는 목욕업종 특성상 코로나19의 여파로 지난 2년간 경영난을 겪은 것을 감안해 체납 기간을 연장하고 단전 조치는 하지 않았다.

박건영 사회경제부 기자
박건영 사회경제부 기자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한전의 적자 규모는 5조 8천억대로 가장 컸다. 1억 5천여만원이라는 금액을 당장 받아낸다고 해도 적자폭에는 큰 도움이 되지는 않겠지만 당장의 실적에 대한 책임은 다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는 있었을 것이다. 법원에서도 체납요금을 지급하지 않아 강제집행 권원을 한전의 손에 쥐어줬다. 또 코로나19 여파가 그 목욕탕에만 미친 것도 아니라 받아낼 수 있는 명분은 충분했다. 그렇다보니 한전 충북본부의 결정이 더욱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지난해 김영관 한전 충북본부장이 취임하면서 지역경제의 위기극복을 위한 다양한 활동에 적극 동참하겠다며 강조한 '지역과의 상생'이 이런 것이 아닐까. 앞으로도 한전 충북본부가 지역과 상생하며 도민들에게 신뢰받는 공기업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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