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최은영 청주시 자치행정과 주무관

왜 사는가? 라는 우리 인생에 대한 흔한 물음에 "태어난 김에 삽니다"라고 우스갯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한 사람들이 답을 찾기를 포기한 듯한 웃픈(웃기면서 슬픈) 표현이다.

26살,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을 때 새로운 시작을 기대하는 설렘도 잠시, 생각보다 과중한 업무들과, 하고 싶지 않은 일들을 해내야 하는 '사회생활'을 겪으며 더 이상 어릴 때처럼 내가 원하는 대로 자유롭고 즐겁게 살아갈 수 없다는 생각에 좌절감이 들었다. 자긍심을 갖고 공직에 들어왔지만 요즘 말하는 MZ세대인 나는 어쩐지 잃어버린 것 같은 내 정체성을 찾고 싶단 마음이 들면서도, 변화를 위한 특별한 노력도 하지 않은 채 시간을 흘려보냈다. 항상 같은 일상을 반복하며 발전이 없는 삶을 사는 것 같다는 생각에 자책하며 도대체 내 삶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일까? 무엇을 위해 사는가? 라는 고민이 들었다. 힘든 자기성찰에 빠질 무렵 우연히 한 영화를 본 후 나의 삶의 가치관이 조금 바뀌었다.

디즈니에서 만든 애니메이션 '소울'은 "태어나기 전 세상"에서 유일하게 태어나고 싶지 않은 영혼'22'에 대한 이야기이다. 영혼 '22'는 딱히 살아가고 싶게 만드는 자신만의 삶의 목적인 '불꽃'을 찾지 못해 지구에 가고 싶은 욕망이 없어 오랜 시간 태어나지 않은 채로 시간을 흘려보낸다.

그러다 성공한 뮤지션이 되고 싶었지만 사고로 영혼이 돼 사후세계로 온 인간 '조'와 만나게 되고 22가 삶의 목적인 불꽃을 찾아 지구로 가는 '통행증'을 얻게 되면 '조'가 갖기로 계약을 맺는다. 불꽃을 찾기 위해 둘은 몰래 지구로 가고, 조의 몸으로 일상을 살아가면서 하늘과 바람, 사람들과의 관계 등 사소한 일상의 즐거움을 경험하며 22에게도 불꽃이 생기게 된다. 22는 하늘을 보고 길을 걸을 때 즐거움이 있었다고 말하지만, 조는 "그런 건 삶의 목적이 될 수 없다. 그건 그냥 사는거다."라고 말하며 22의 통행증을 빼앗아 지구로 오게 된다.

자신이 꿈꾸던 무대에서 연주하며 성공한 삶을 살게 된 '조'는 성공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허탈함을 느끼게 되고, 꿈을 이루면 모든 것이 달라질 것 같다는 자신의 생각이 허상임을 깨닫고 22에게 통행증을 돌려주며 세상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살아가라고 조언해 준다. 22는 그렇게 태어나게 되고, 통행증이 없는 조는 죽음의 세계로 가야 했지만 신이 감동해 조에게도 다시 살아갈 수 있도록 통행증을 돌려주며 영화는 끝난다.

가벼운 마음으로 본 애니메이션이었지만 삶에 특별한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혔던 나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최은영 청주시 자치행정과 주무관
최은영 청주시 자치행정과 주무관

세상에 귀중하지 않은 삶은 없고, 하찮은 인생은 없다. 이 사실을 영화를 본 후에야 비로소 진심으로 깨달았다.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나 또한 미래에 대한 고민과걱정을 하느라 현재 내 곁에서 지나치는 바람과 하늘, 흘러나오는 음악소리 같은 사소한 삶의 즐거움을 매 순간 놓치며 살아온 것 같다.

과거에"삶에 의미가 없어."라는 말을 의미 없이 달고 살던 때가 있었다. 삶의 의미가 무엇인가? 라고 묻는다면 이제는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다. 내 삶의 의미는 "삶, 그 자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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