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이임순 제천여고 수석교사

얼마 전 오래 알고 지낸 친구가 춘천에서 전각 전시회를 열어서 봄의 향기를 맡으며 아내와 차를 몰고 즐겁게 다녀왔다. 전시회 중에 유독 눈길을 끄는 작품이 있어서 점을 찍어두고 아내에게 넌지시 마음에 드는 것을 물었다. 이심전심으로 내 마음과 같은 '오유지족(吾唯知足)'을 전각한 작품을 콕 집어 말해서 그 작품을 구입하여 집으로 돌아왔다.

'오유지족(吾唯知足)'. 이 사자성어는 네모(口)를 가운데에 두고 좌우상하에 각각 글자가 모여 1개의 글자를 이루고 있다. 직역하면 '나는 오로지 내 분수에 만족한다'이지만, 의역하면 '남과 비교하지 말고, 오직 자기 자신에 만족하라'라고 해석할 수 있다. '명심보감'에서도 만족함을 아는 사람은 빈천하여도 즐겁고, 만족함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부귀하여도 근심한다고 했듯이 '자족(自足)'의 소중함을 말한다.

이제 올 8월 말이면 교직 생활 38년을 마치고 정년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을 돌이켜보면, 학생들과 주변 교사들에게 어떤 선(善)한 영향력을 주기보다는 나 자신이 늘 부족하여 스스로 채워나가기에 급급했던 시간이 많았던 것 같다. 그러면서도 학생들 앞에 설 때면, 나 자신에게 주문처럼 외웠던 "항심(恒心)"하고 "오유지족(吾唯知足)"하자는 말이 떠오른다. 세상의 모든 것은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고 또 억지로 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듯 모든 것은 순리대로 풀어야 하고, 모든 것이 진리를 바탕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나 자신에게 되뇌었다. 늘 변함없는 마음으로 지나친 욕심을 경계하며 학생들을 대하여 가르치고, 상담하고, 미래를 설계해 주는 것이 교사의 삶이라고 믿었다.

이임순 제천여고 수석교사

요즘 세태에 '오유지족'의 삶의 태도는 구태의연하고 뒤떨어진 삶의 방식일 수도 있다. 하지만 교사는 학생들 앞에서는 언제나 교직에 충분히 만족하는 모습으로 스스로 직업에 대한 긍지를 갖는 삶의 모습이 필요하다. 교사가 자긍의 모습을 갖는 것은 교사의 소명 의식과도 연관이 된다. 교사로서 자신이 선 자리에서 묵묵히 학생과 함께 하며 인생의 희노애락을 느끼는 것이 교사의 삶이다. 교사는 학생과 함께할 때만 그 존재 가치가 빛나기 때문이다. 수많은 교사들이 오늘도 오유지족의 삶, 자족함을 알고 학생들과 함께 교단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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