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김학수 농협중앙교육원 교수

올 들어 쌀값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밀을 비롯한 주요 곡물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이는 급증한 쌀 생산량에 기인한다. 2021년도 쌀 생산량은 388만2천t으로 전년보다 10.7% 증가했다. 반면 2021년 국민 1인당 쌀소비량은 56.9㎏으로 37년째 내리막길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쌀값 폭락'은 해마다 되풀이되는 골칫거리가 된지 오래다.

이에 정부에서는 '쌀 적정생산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쌀 값 폭락의 가장 큰 문제인 공급과잉에 따른 쌀 재고량을 줄이기 위해 논에 벼의 생산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운동이다.

벼 재배면적 조정, 표준 파종량 및 적정 시비량 준수, 고품질 쌀 품종 재배, 논 타작물재배 지원 사업 등이 그것이다. 쌀 수급의 만성적 공급과잉 문제의 고리를 끊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올해는 산더미처럼 쌓인 2021년산 쌀 재고가 좀처럼 줄지 않고 있어 더욱 걱정이다. 만약 2년 연속 생산과잉 사태가 벌어진다면 쌀값 폭락으로 농촌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게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쌀 적정생산 운동'에 많은 농가들의 적극적인 동참이 꼭 필요한 이유다. 그러나 정작 농가들의 참여가 미온적이라는 것이 문제다. 수확기 쌀값 폭락을 막기 위해선 쌀 재배면적을 줄이고 논 타작물재배를 늘여야 하는 게 당연한 처사인데도 말이다.

이는 논 타작물재배에 동참했을 경우 쌀값 폭락을 막을 수 있지만 그 이익은 동참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돌아가고 결국 '나만 손해'라는 인식이 팽배한 결과다.
 

김학수 농협이념중앙교육원 교수<br>
김학수 농협중앙교육원 교수

마치 '죄수의 딜레마'에 빠진 꼴이다. 이제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결단할 필요가 있다. 먼저, 정부에서는 쌀 재배면적 감축, 논 타작물재배에 대한 농가 지원책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농가들은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서 서로의 신뢰만이 상호 간에 최악의 결과를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쌀 적정생산운동' 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정말 이러다 다 죽을 수 있다.

키워드

#독자편지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