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유재풍 변호사

지난 2월 1일 광역단체장 예비후보 등록일로부터 시작된 지방선거가 5월 27일~28일 사전 투표와 6월 1일 본 투표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이번 지방선거는 치열했던 지난 20대 대통령선거 이후 채 3개월도 지나지 않아 치러지는 것이어서 국민의 관심이 크다. 그런데 지역주민의 입장에서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실현을 기치로 내거는 지방자치 실현을 위한 지방선거에 정당의 개입이 너무 심각해 우려스럽다. 특히 이번 선거에는 7개 지역에서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함께 실시돼 자치단체장에 출마해서 비게 되는 국회의원 자리에 대통령선거 후보를 지낸 거물 정치인이 연고가 없는 지역구에 출마하거나 단체장 후보 경선에서 떨어진 뒤 곧바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등으로, 지방선거가 지역적 이슈보다는 중앙정치 또는 지난 대선의 연장선으로 인식되는 경향도 있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일부에서는 중앙당의 낙하산식 후보 공천도 있어서 지역주민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기도 한다.

지방선거는 지역 실정에 맞는 분권적 자치 실현을 위해 지역 유권자가 대리인을 선출하는 절차다. 그런 지방선거에 후보의 정당공천을 허용함으로써 발생하는 폐해가 거론된 지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물론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제를 허용함으로써 정당이 민의를 수렴해서 자치정책 수립을 쉽게 하고, 정치발전 및 책임정치를 실현하며, 후보자 남발을 막고 선거관리를 쉽게 할 수 있는 등, 나름의 장점이 있다. 그러나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지나친 갈라치기와 프레임 설정, 낙하산식 후보선출 등으로 정치에 대한 혐오감을 부추기는 우리나라 정당의 생태와 현실을 볼 때, 긍정적으로 보기 어렵다. 무엇보다도 정당공천은 중앙정치와 다른 독자적 분권적으로 실시하고자 하는 지방자치의 독자성을 약화하고 침해해서, 중립적이고 서비스적이어야 할 지방행정을 저해하는 큰 요인이 된다. 지금 목도하고 있는 것처럼, 정쟁 과열로 지역 이슈가 몰각되며, 중앙정치의 연속이 되어 주민들을 피곤하게 한다. 가뜩이나 지난 대통령선거로 인해 갈라진 민심이 더욱 도를 더해가는 것 같아 걱정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정당공천이 허용되지 않고 최고의 중립성이 요구되는 교육감 선거에서조차 소위 진보 후보, 보수 후보를 자처하는 후보자들이 옷마저 기존 정당의 색깔에 맞추어 입고 다니며 눈을 어지럽히는 일이다. 자라나는 세대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교육이 정치에 휘둘리는 것은 절대 안 된다.

유재풍 변호사
유재풍 변호사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일찍부터 기초의원선거에라도 정당공천을 불허하자는 주장이 제기되어 왔지만, 선거 시 그들을 운동원으로 활용하려는 국회의원들이 기득권을 내려놓으려 하지 않아 최소한의 제도적 개선마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 그렇다면 유권자의 올바른 투표를 통해 지방자치의 본령을 되찾을 수밖에 없다. 무엇을 판단자료로 삼을 것인가. 바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캐치프레이즈로 내거는 후보자의 '정책과 공약'이다. 얼마나 잘 준비한 지역발전 정책과 공약을 제시하는가를 살펴보고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검토해봐야 한다. 선거의 유불리만을 목적으로 한 즉흥적인 선심성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으로 나타나는 것을 수없이 봐오지 않았던가. 나아가 꼭 살펴보아야 할 중요한 것은 후보자가 살아온 길이다. 그가 지역에서 지역을 위해 얼마나 헌신해 왔는가, 그 행적으로 볼 때 신뢰할 수 있는 후보인가를 냉철히 살펴야 한다. 지방선거의 주인은 지역주민이다. 지방선거는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가 아니다. 내 지역의 일꾼을 뽑아 지역 살림을 맡기는 선거다. 정당에 의해 이용당해서는 안 된다. 국정안정이니 견제니 하는 정당의 프레임에 갇히면 주민만 손해다. 후보자로서도 그동안 지역을 위해 무엇을 해왔고, 그 이력을 바탕으로 어떻게 헌신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잘 알려서 선택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정당 프레임을 이용해 표를 얻어 보려 한다면 주민이나 후보자 모두에게 피해만 초래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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