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한 끼 1만원 시대… 도시락 싸다니거나 편의점 이용

원재료 폭등으로 부득이하게 가격을 올렸다고 플랜카드를 내건 산남동 소재 한 식당 모습. /박상철
원재료 폭등으로 부득이하게 가격을 올렸다고 플랜카드를 내건 산남동 소재 한 식당 모습. /박상철

[중부매일 박상철 기자] 외식 물가 폭등으로 직장인들 점심값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최근 '런치플레이션'(Lunchflation)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런치플레이션은 런치(Lunch)와 물가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점심값이 무섭게 치솟는 현상을 뜻한다.

점심을 늘 사 먹어야 하는 직장인들은 물가 인상을 가장 크게 체감한다. 일부 직장인은 식당 대신 편의점으로 향하거나 도시락을 싸서 다니는 분위기다.

최근 인크루트가 직장인 1천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점심 값 부담을 얼마나 느끼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절반 이상인 56%가 '매우 부담' 된다고 답했다. '약간 부담'도 39.5%를 차지했다. 무려 95.5%가 점심 값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답한 셈이다.

업무 대부분이 외근직인 A씨는 "주로 점심을 혼자 먹는 경우가 많은데 식당 밥 한 끼 가격이 보통 8천~9천 원대라 부담되는 건 사실"이라며 "편의점 도시락은 4천~5천 원대로 저렴한데다 삼각 김밥의 경우 1천~2천 원으로 싸 자주 먹는다"고 말했다.

실제 이달 1일부터 23일까지 편의점 4사 도시락 판매량은 전년 대비 ▷GS25 48% ▷CU 40% ▷이마트 24% ▷세븐일레븐 20%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도시락을 싸다니는 직장인도 부쩍 늘었다. 청주 소재 기업에 재직 중인 B씨는 "직원이 4명인 작은 회사다 보니 구내식당이 없어 자주 밥을 사먹었는데 최근 밥값이 많이 올라 도시락을 챙겨 오고 있다"며 "각자 반찬 하나씩 가져와 같이 나눠먹으니 식비 부담도 덜고 쉴 수 있는 시간이 늘어 좋다"고 설명했다.

저렴한 분식집을 찾는 직장인들도 있다. 진천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C씨는 "최근 물가가 많이 올라 점심을 주로 분식점을 애용하고 있다"며 "메뉴가 다양한데다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해 일주일에 2~3번 정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이 같은 물가 상승은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 내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봉쇄조치 등으로 공급망 차질이 심해진 가운데 전쟁 여파까지 겹쳐 곡물을 중심으로 세계 식량 가격 상승세가 가팔라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제유가 상승으로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지속적으로 높아져 국내 물가상승 압력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번 주 발표되는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대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소비자물가가 5%대를 기록하면 2008년 금융위기 직전 이후 근 14년 만에 최고 상승률이 된다. 이처럼 치솟는 물가에 대응해 정부는 오는 30일 민생안정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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