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뜨거웠던 6·1 지방선거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번 지방선거는 역대 어떤 선거보다 과열·혼탁, 흑색선전과 비방, 심지어 고소·고발로 얼룩져 선거가 끝난 뒤에도 후유증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컸다. 그만큼 후보 간, 정당 간, 지지자들의 분열과 반목, 갈등과 감정의 골도 깊다. 특히 현금 퍼주기 경쟁이라도 하듯 선거사상 유례없는 선심성 공약이 난무했다. 지방단체장과 지방의원 선거가 대부분의 지역에서 여야 양당 체제로 치러지다보니 인신공격과 중상모략이 선거판을 달구었다. 교육감 선거 역시, 후보의 난립으로 열전의 전흔들이 곳곳에 생채기를 남겨 걱정이 크다.

이제 국민의 선택도 끝이 났다. 선거 열기를 식히고 후보자나 정당, 유권자 모두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때다. 그러기 위해서는 승자나 패자 모두 민의로 표출된 선거 결과에 겸허히 승복해야 한다. 지방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밤낮없이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던 정치권은 선거 결과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을 가슴으로 읽어야 한다. 승자는 자만하지 말고 약속한 공약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진정 주민과 지역발전을 위해 다시금 신발끈을 힘껏 동여매야 한다. 패자도 선거결과에 불복해 이러쿵저러쿵 변명에 매달리지 말고, 주민들의 선택을 받들어 새로운 출발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당선자나 낙선자 모두 상대를 공격하던 공멸·상극의 정치를 접고 공생·화합의 정치를 펼쳐 나가야 한다. 소모적인 대립과 갈등을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역량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야말로 정치를 하겠다고 나섰던 이들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양심이고 책무다. 당선자들은 지역민의 최 일선에서 행정이 지향하는 접점을 찾도록 노력하고, 낙선자들은 지역민의 삶과 일상 속에서 헌신하고 봉사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 줄 때 주민들의 삶은 한층 더 윤택해지고 활기를 더할 수 있다.

선거는 마무리 됐지만 끝이 아니라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온 국민이 지칠 대로 지쳐있는 작금의 상황을 감안하면 산적해 있는 현안과 과제를 풀기 위해 미적거릴 때가 아니다. 이념, 지역, 세대, 계층의 벽을 넘어 우리 모두가 한마음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 지역 일꾼으로서 맡은바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다는 평범한 다짐이 절실히 요청되는 시점이다. 우리 국민은 지금 졸장부의 정치가 아니라, 국민 앞에 당당하게 큰 뜻을 펼치는 대장부의 정치를 고대하고 있다. 선거의 진정한 목적은 승자와 패자를 가리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승리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데 있다. 참다운 정치는 살아 있는 물고기가 맑은 샘물을 찾아 탁류를 힘차게 거슬러 올라가는 것과 같은 생명력을 가져야 한다. 결코 한 입으로 두말하지 않고, 약속을 목숨처럼 여기며 언행을 일치하는 지역 일꾼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 것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친 영원한 진리이자 위대한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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