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잇는 매개체 '솟대'… 박물관 건립이 인생 최종 꿈"

 

[중부매일 박은지 기자]솟대는 예로부터 마을공동체 신앙의 하나로 마을의 안녕과 수호, 풍농을 기원하며 마을 입구에 세워뒀다. 솟대 위의 새는 오리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일부 지방에서는 까마귀·기러기·까치 등을 나타내기도 했다. 대한민국 솟대명인이자 충청북도 공예명인인 조병묵씨가 국립세종수목원 분재원 상설전시관에서 오는 6월 12일까지 '솟대의 꿈' 전시를 개최하고 있다. 그를 만나 전시를 열게 된 배경과 솟대에 대한 열정과 자녀교육에 이르기까지 삶의 여정에 대해 들어봤다. / 편집자

"이번 전시를 열게 된 것은 내 나이 81세에 기증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기증처를 찾던 중 산림청 산하 '한국수목원관리원'에서 운영하는 국립세종수목원이 연이 돼 개최하게 됐다. 사실 개최시기도 2월, 3월로 연기되다가 5월부터 시작하게 됐는데 결론적으로는 좋은 일이 됐다. 어린이날의 경우는 1만명 이상이 관람을 했고 많은 분이 솟대전시를 접할 기회를 만들게 됐다. 전시장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나오며 흥미롭게 관람하는 분들이 인상에 남는다."

인터뷰 하는 동안에도 관람객 30여명이 오가며 조병묵 작가에게 '잘 보고 간다'고 수시로 인사를 했다. 솟대에 대한 조 작가의 바람을 더 자세히 들어봤다.

"솟대는 지난 2004년 세계박물관협회에서 한국의 문화상징물로 한글, 김치, 석굴암에 이어 꼽은 대표적인 조형물이기도 하다. 지난 2018년 평창 패럴림픽에서는 각국 선수단의 입장피켓을 솟대로 모티브로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초등학교 5학년 사회교과서에도 등장하는 솟대는 아직까지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 광화문에 솟대를 세우고 싶은 꿈이 있었지만 솟대에 관한 연구논문은 세종대왕이나 이순신장군에 관련된 논문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었다. 결국 솟대 상징물을 세우려고 한 계획은 유야무야 됐다. 리움미술관에 기증하고 싶다는 소망을 아직 갖고 있다."

현재 국립세종수목원에서 전시하고 있는 작품은 100여점. 작품을 빛나게 해주는 솟대 관련 굿즈와 함께 알록달록 생동감있는 배경으로 받쳐주고 있는 솟대 이미지들이 눈에 띄었다. 장효민 한국교통대 교수의 작품이었다. 지난해 진천종박물관에서 기획초대전으로 열렸던 '솟대 뉴트로 그래픽전'의 일부였다. 조 작가는 지난 2012년 청주 우민아트센터에서 장 교수와 협업전을 통해 인연을 이어왔다. 공동작업이 흥미로웠고 많은 언론의 주목도 받아 인상깊었다고 말했다.

솟대에 대한 열정만큼 그는 자녀교육에 대한 뚜렷한 교육철학도 가지고 있었다. 솟대로 시작한 인터뷰는 삼남매를 명문대 입학을 시키고 손주들까지 세계를 누비는 인재로 키워낸 비결로 자연스레 이어졌다.

장남인 조동환 경상국립대 경영학과 교수, 차녀인 이화여대 가정학과를 졸업한 조옥길씨, 삼남인 법무법인 충정 소속 변호사 조성환씨(청주지방법원 재판연구원·대전고등법원 재판연구원 역임)까지. 조 작가는 소위 말하는 명문대 출신 자녀들을 키워낸 비결과 손주들 양육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술회했다.

"사실 자기주도학습은 천재만이 할 수 있다.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는 친구들과 같이 공부하고 항상 지켜볼 수 있는 열린 공간에서 과외를 시켰다. 또한 한 학년의 배울 것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선행학습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청주시 상당구에 위치한 '유신상사'에서 교과서도 종종 구입해 우리 부부가 가르쳤다. 학교에 계신 선생님께 같이 공부할 친구를 소개해달랬더니 '애 버릴려고 작정했어요?'란 소리도 들었다. 하지만 결국 내 교육방침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게 됐다. 선행학습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고 수준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부모가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솟대 명인 조병묵씨의 자녀교육 철학은 그동안 책으로도 수차례 발간됐다. '아버지가 들려주는 삶 이야기(1991)' , '내 인생을 바꾼 아버지의 한마디(2010), 아이의 인성을 바꾸는 인성교육(2015), 향내나는 삶을 꿈꾸며(2019) 등에는 자녀교육 비결이 세세하게 담겨있다.

그는 "케네디가도 한 세대와 다음세대의 합작품으로 명문가로 탄생했다"면서 "하버드대 다니는 외손녀, JP모건에 재직중인 손자, 서울대 입학한 손자까지 대대손손 명가출신으로 만들어가고 있는게 자랑스럽지만 내 자녀들은 정작 내가 이렇게 자랑하는 걸 싫어한다"고 머쓱해 하며 전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전시장 곳곳에 놓인 작품을 하나하나 설명하는 솟대명인 조병묵씨는 나무를 채취하거나 말리고 100번이상의 사포질로 다듬고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끈기'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믿음·소망·사랑', '기다림', '사랑' 등 작품명이 붙은 솟대들은 비슷해보이지만 어느 것 하나 같은 것이 없었다. 하나하나 독창적인 작품이자 수개월에서 수년간 '자기와의 싸움'을 치러낸 결과물이기도 했다.

인터뷰 당일에도 솟대작품 하나에 눈을 떼지 못하고 발걸음을 멈춘 중년여성에게 작품설명과 함께 흥정 아닌 흥정도 이어가는 조병묵씨.

솟대에 20여년을 미쳐살았다는 그에게 남은 꿈은 무엇이 있을까.

"솟대가 있는 곳은 가장 신성한 곳이다. 하늘에 가깝기 위해 만든 매개체이자 풍농풍어를 기원했던 솟대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 문화상징물인 '솟대박물관'을 건립하는 것이 마지막 남은 소원이다. 생을 다하기 전에 솟대를 기증해 솟대의 로고테라피를 사람들의 가슴에 심고 싶다." 

 

▷조병묵씨 이력

-청주고, 건국대 경제과, 청주대 행정대학원 졸업
-전 충청대학교 강사
-대한민국 솟대명인
-충청북도 공예명인(충북지사 2015-9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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