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가 끝을 치닫는 요즘 황우석 파문마저 겹쳐 허허롭기만 세밑이다.

배아줄기세포 논문조작은 한가닥 희망마저 무너뜨리고 사람들에게 배신감과 허탈감을 안겨줬다.

논문조작의 원인은 우리 사회의 조급증인 ‘빨리 빨리’ 문화와 성과주의,소수의견이 무시되는 획일주의가 낳은 결과가 아닌가 싶다. 이번 황 교수 파문도 ‘속도전’에 매달리며 큰 원칙을 무시한 것이 논문조작의 주 요인으로 작용했음이다.

거짓말을 해도 크게 문제삼지 않고 동기와 과정은 무시된 채 결과만 좋으면 용인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황우석 파문’을 야기했다고 본다.

황교수의 “줄기세포가 하나면 어떻고 둘이면 어떠냐.있기만 하면 될 것 아니냐”는 희화적 항변은 이런 사회 분위기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세계적 첨단기술을 보유하고도 신뢰와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는 ‘분식기업’이 한 순간 무너지듯 황우석 파문은 경제 성장만으로 선진국으로의 진입에 한계일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과학은 ‘끊임 없는 검증’의 과정이며 이를 통해 발전하게 된다.

이처럼 과학은 관찰과 실험 등에 기초하기에 결과도 중요하나 검증의 과정은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그래서 과정이 진실하지 못하면 결과를 신뢰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남을 속이고 속는 생활에 익숙하고 우리가 솔직하지 못한 결과이며 어쩌면 우리 사회의 피폐한 자화상이 아닐까 싶다.

10년전 성수대교나 삼풍백화점이 무너져 500여명이 사망하는 참극을 당하고도 우리는 ‘‘빨리 빨리’ 문화를 경쟁력 제고를 들어 외면해 왔다.늘상 사건 당시만 이런 문제들을 거론했을 뿐 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잘못된 것을 우리 스스로 찾아 지적했다는 점이다. 어쨌든 그것을 드러내 원인과 해결방법을 찾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대책이 마련된다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것이란 생각이다.

병술(丙戌) 새해는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가식과 갈등에서 벗어나 성숙한 사회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