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실종·진영 대결… 무관심 속 '로또선거' 전락

[중부매일 나인문 기자] 6.1 지방선거가 대단원의 막을 내리면서 광역단체장 당선인들이 인수위원회를 가동하는 등 본격적인 취임준비에 들어갔다. 교육감은 물론 시장·군수와 광역·기초의원 당선인들도 7월 1일부터 새롭게 시작되는 민선 8기에 발맞춰 새로운 비상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를 치르는 동안 우리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해묵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이에 따라 본보는 4회에 걸쳐 우리가 풀어야 할 지방선거의 문제점과 개선책에 대해 진단해보는 순서를 마련했다. /편집자


6.1 지방선거가 끝나면서 각종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진 교육감 직선제에 대한 개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국민적 관심사를 받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와 달리, 기호나 당적이 없는 교육감 선거는 유권자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면서 '깜깜이·묻지마' 투표가 횡행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에 기인한다.

실제, 6명의 후보가 출마했던 세종시교육감 선거의 경우 구체적인 공약이나 정책, 소신이나 철학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어 선거당일 손이 움직이는 대로 투표하는 이른바 '로또 선거'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선거를 치르기도 전부터 대두됐다.

더욱이 재선을 거치는 동안 높은 인지도와 현직 프리미엄까지 등에 업은 교육감이 3선에 출마한 것과 달리, 나머지 5명의 후보는 낮은 인지도에 고전하면서 현역의 벽을 뛰어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절감해야 했다. 교육감 직선제가 시행된 지 15년을 맞아 선거제도의 근간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이유다.

특히 오는 2026년에 치러지는 교육감선거에는 대전·세종·충남교육감 모두 '3선연임 제한'에 따라 출마하지 않는 무주공산이 된다는 점에서 지금부터라도 교육감 선거의 문제점을 직시하고, 각종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간선제로 치러지던 교육감선거를 직선제로 바꿨지만 '지역 주민이 직접 교육정책 방향을 결정한다'는 본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감은 유치원과 초·중·고 운영과 학생들의 교육은 물론 교원 인사를 책임지는 '교육 소통령'으로서 막중한 자리지만, 유권자들의 무관심 속에 선거가 치러지면서 정당공천제나 시·도지사의 러닝메이트 제도 도입 등 개선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교육감의 정치적 중립을 꾀하기 위해 정당공천을 금지했지만,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진보·보수·중도로 나뉘어 어차피 '진영 대결'이 펼쳐지고 있고, 정당공천을 배제하면서 출마의 장벽이 낮아지면서 오히려 후보들이 난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녀가 없거나 있더라도 대학에 들어간 이후에는 교육감 선거에 그만큼 관심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 최소한의 정보도 갖지 않은 채 아무나 찍는 '이상한 선거'가 반복되고 있는 것도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당초 교육감 직선제는 학교운영위원회 위원 선거인단을 통한 간선제로 선출해오다가 2006년 12월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직선제로 전환됐다. 하지만 간선제 선출 과정에서 초래할 수 있는 선거 비리, 담합, 교육계 분열 등을 막고 교육감 선출과정에 주민들의 참여를 늘려 교육 자치를 실현하자는 취지로 도입된 교육감 직선제가 외려 이전투구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도입 취지가 빛을 바랜지 오래다.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도 진보와 보수 후보들 간에 '전교조-반(反)전교조' 대결구도가 형성됐고, 유권자들은 후보의 교육철학이나 이념 등을 꼼꼼히 따져보지 못한 채 진영논리에 갇혀 투표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하소연도 들린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현행 교육감 직선제가 교육백년대계를 책임질 수장을 뽑는 선거라기보다는 여타 정치인을 뽑는 선거와 차별성을 찾기 어려운 구조"라며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일각에선 "자녀가 없거나, 있더라도 유치원이나 초·중·고가 아닌 대학에 입학한 자녀가 있는 학부모의 경우 그만큼 교육감 선거에 무관심할 수밖에 없다"며 "교육 정책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주민까지 포함하는 선거보다는 유치원과 초·중·고에 다니는 자녀가 있는 학부모에게만 제한적으로 선거권을 주는 '제한적 주민직선제'를 도입하는 것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