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장은진 오송유치원 수석교사

며칠 전 저녁 바람이 좋아 평소 즐겨 걷던 길을 나섰다. 아름다운 저녁노을이 형형색색의 들꽃과 조화를 이루어 신비로운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일상의 분주함과 익숙함에 젖어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소중한 모습들이다.

바람이 분다. 불어오는 바람의 방향대로 들꽃이 움직인다. 이렇게 봄이 지나 초여름에 접어들면 들꽃이 지천으로 피어난다. 개망초, 제비꽃, 금낭화, 유채꽃, 돌단풍, 참꽃마리 등등 이름을 알 수 없는 들꽃 사태가 났다. 사람의 향기가 다르듯 저마다의 향기를 지닌 들꽃도 피어나고 사라진다. 그것이 단순한 과정 같지만, 나름의 질서와 우주의 규칙과 순리 속에서 진행되는 것이리라. 탄생과 소멸의 과정을 거치는 들꽃을 바라보면서 우리 인간의 삶과 많은 부분 닮았다고 생각해본다.

문득 매일 아이들과 함께 진행하는 나의 교실 수업이 떠올랐다. 들꽃처럼 각자의 다양한 색깔을 지닌 아이들과 교감하며 창의적 호기심을 지닌 아이들로 성장하게 하고 싶다. 가슴 가득 담긴 열정을 아이들과 함께하고 싶지만, 교실 문을 담는 순간 후회와 아쉬움이 남는다. 시간이 지나고 수업의 경험치가 쌓아가면서 좀더 완벽한 수업을 꿈꾸나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늘 자신의 수업을 되돌아보며 반성하고 성찰하는 가운데 도달할 수 있을 경지인지도 모른다.

장은진 오송유치원 수석교사
장은진 오송유치원 수석교사

나이가 들수록 수업이든 사람이든 관계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는다.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은 고사하고 이미 맺고 있는 관계조차 버거울 때가 많다는 것을 고백한다. 그렇다고 범접하기 어려운 관계라고 해서 무작정 손절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좋든 싫든 내 마음 같지 않은 타인과 부대끼며 살아가야 하는 현실 속에서 타인을 배려하며 건강한 인간관계를 맺어나갈 방법은 없는 걸까? 오늘도 지천으로 피어있는 들꽃에 길을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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