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뜨락] 김경구 아동문학가

며칠 전 사람들이 많은 장소에 갔다. 정말 코로나19 이후로 처음이었다. 우연히 페북을 보다 한 단체의 프리마켓 행사를 알게 되었다.

코로나19 이전, 이 행사가 있었던 걸로 안다. 그 이후 한 2년 동안은 없었다. 그래서 더 반가웠다. 잠깐 짬을 내어 꼭 가봐야지 하고 마음을 먹었다.

5월, 가족들과 함께 하는 '아사모 마켓데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2년 전보다 행사장도 볼거리도 먹거리도 많았다.

이름답게 젊은 부부들과 아이들이 많았다. 유모차에 타거나 손을 잡은 아이들을 볼 때마다 예전 아이 키우던 생각이 났다.

사람들의 표정도 날씨처럼 밝았다. 한 아이가 솜사탕을 들고 있었다. 세상에! 동물모양의 솜사탕이라니. 처음 보았다. 동그란 솜사탕에 양쪽 귀가 달리고 눈과 입도 있다. 정말 보는 것만으로도 사르르 녹을 것처럼 귀엽고 달콤했다.

2년 전, '아사모 마켓데이'에서 양말을 샀다. 색깔 별로 여러 개를 사서 지금도 잘 신고 있다. 한참을 가다보니 양말이 보였다. 오! 여러 색의 양말. 난 양말을 좋아한다. 그렇다고 비싼 것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싸면서도 예쁜 양말을 좋아한다.

가끔은 신지도 않으면서 양말을 사서 아내에게 구박을 받기도 한다. 그런데 그건 아내의 착각이다. 난 너무 좋아 아끼느라 그런 것이다. 신지 않아도 보기만 해도 그냥 좋다. 물론 그런 양말이 너무 많으면 안 될 테지만 말이다.

난 두 눈을 반짝거리며 바짝 달팽이처럼 달라붙어 양말 구경을 했다. 예전이랑 비슷한 듯싶지만 살짝 다른 모양의 양말. 이번에도 다섯 켤레에 1만원 하는 것과 또 다른 양말을 왕창 샀다. 봉투에 빵빵하게 담긴 양말을 보니 솜사탕처럼 붕붕붕, 달콤달콤 참 좋다.

슬슬 배가 고파졌다. 꽃처럼 예쁜 김밥도 있고 지글지글 고소한 부침개도 보였다. 김밥을 파는 곳으로 갔다. 그런데 점심때라 그런지 사람들이 줄줄줄 개미 줄처럼 길게 길게 서 있었다. 기다리다간 배가 더 고파질 것 같고 시간도 안 되어서 망설이다가 어묵을 사 먹었다.

어묵을 먹으며 화초 파는 곳도 구경하고 옷도 구경하고 다녔다. 기름진 어묵을 먹으니 커피 생각이 간절해졌다.

그래서 부지런히 커피 파는 곳을 갔는데... 벌써 커피가 떨어졌단다. 커피 사장님이 넉넉하게 준비한다고 했지만 벌써 떨어졌다며 미안해했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이 온 것 같았다. 아쉬운 대로 커피 대신 딸기 라떼를 마시며 사람들 구경을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외출을 거의 못했다. 요즘은 실외에서 마스크를 벗어도 되니 조금은 마음 편하게 겸사겸사 사람들이 왔나보다. 사람들의 밝은 표정, 산뜻한 발걸음, 나 역시 시원하고 상큼한 옹달샘 한 모금을 마신 듯싶었다.

사람들의 얼굴표정만 보고 있어도 활력이 쑤욱 전해지는 것 같았다. 부담 없이 구경도 하고, 먹기도 하고, 사기도 하고 5월 큰 선물을 받은 것 같다.

김경구 아동문학가
김경구 아동문학가

앞으로 우리 지역에 이런 행사가 더 자주 열렸으면 좋겠다. 특히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행사라면 더 반가울 것 같다. 그동안 코로나19로 웅크렸던 마음도 몸도 오월 풋풋한 나무처럼 쫙 펴고 싶다. 오월 아까시 꽃처럼 하얀 이를 드러내며 마음껏 웃고 싶다.

다음에도 '아사모 마켓데이'가 열리면 조금 일찍 가서 여유롭게 눈 맞춤하고 못 먹었던 김밥이랑 부침개도 먹고 커피도 느긋하게 마시고 싶다. 마치 봄 소풍을 나온 것처럼.

저작권자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