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인문학] 허건식 WMC 기획경영부장·체육학박사

우리 사회에서 50대와 60대들에게  '철봉'은 다른 세대와 달리 많은 추억을 담고 있다. 이 세대들이 10대이던 시절 철봉은 남성들은 턱걸이로, 여성들은 오래 매달리기로 성취감을 맛보던 운동기구다. 철봉은 손의 악력과 더불어 상체 근력을 단련하는데도 큰 도움을 주었다. 

1966년 서울에서 개최된 전국체육대회에서 박정희대통령은 "강인한 체력은 바로 국력이다"라는 치사를 통해 '체력은 국력'이라는 말이 전국민에게 홍보됐다. 이 말을 계기로 우리는 유럽보다 50년 늦게 청소년들의 체력증진을 위해 표준을 마련하고 체력장의 필요성을 제기한 셈이다. 

박정희 정부는 1971년 당시 문교부에서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전학년을 대상으로 체력장을 시행을 시작했고 이것은 1972년 상급학교 진학시험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초기 체력장의 내용은 유럽의 측정종목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1973년 문교부령에 의거해 판정급수의 세분화 및 실시종목의 보강이 이루어졌다. 종목은 처음에 윗몸앞으로굽히기, 윗몸일으키기, 왕복달리기, 턱걸이, 던지기, 도움닫기멀리뛰기, 100m달리기, 오래달리기(남학생 1천m, 여학생 800m) 등 8종목이었다. 이후 종목시설과 검사 인원이 부족하는 등 문제가 제기되자, 1979년 일부종목을 변경해 6개 종목으로 축소했다. 

학교에서 쉬는 시간이면 철봉에 매달려 턱걸이나 오래매달리기 연습에 열중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고교진학 연합고사나 대학진학 학력고사에 20점을 차지하는 체력장 은 1점이 합격을 좌우하던 시절 중요한 평가였다. 당시만 해도 공공 운동프로그램이 부족했던 시절에 체력장의 종목들은 체력단련의 수단으로 활용되었고, 전국의 학생들이 하던 유일한 운동이었다. 

정치권의 민주화가 오고 시화분위기는 체력장이 군사정권의 산물로 청산되돼야 한다는 주장이 일기 시작했다. 때마침 1990년 체력장을 치르던 고교생 3명이 사망하면서 체력장의 사회적 이슈가 대두됐다. 그리고 입시경쟁이 치열했던 1990년대 학부모들이 학교학습에 방해가 되고 내신을 깎아 먹는 제도라며 반발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정부는 받아들여 대학입시에서는 1994학년도부터, 고교입시에서는 1995년에 폐지했다.  

체력장 제도가 폐지되자 국민약골의 시대가 시작됐다. 경제성장으로 발육발달이 좋다 보니 청소년들의 체격은 좋아졌으나 체력은 저하됐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학생건강체력평가제도(PAPS. Physical Activity Promotion System)을 개발해 체력장을 대신하고 있다. 기존 체력장이 단순 연례행사였고 사후관리가 없었다는 점을 개선해 국가의 입장에서 국민들의 건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개발해 시행한 것이다. 

최근에는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국민체력100' 사업을 하고 있다. 공식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체력측정 신청과 체력검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제도는 국방부의 부사관 모집이나, 특전사, 119구조대 등 특수직종의 체력검정시험을 대신하기도 한다. 체력측정방식도 다양해졌다. 기초검사함목이외에도 혈압, 체중, 인바디, 그리고 건강체력항목으로 심폐지구력,  민첩성과 순발력을 검사할 수 있다. 그리고 상위 30% 수준을 전체 4등급중 1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전국 각지에 설치된 국가가 지정한 공인인증기관인 '체력인증센터'에서 국민체력인증 검사를 통해 인증서가 발급되며, 체력측정, 체력평가, 운동처방, 체력인증과 관련해 지속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허건식 WMC 기획경영부장·체육학박사
허건식 WMC 기획경영부장·체육학박사

이러한 제도가 있음에도 우리는 건강검진을 하며 나의 체격은 쉽게 알 수 있으나, 체력수준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살아간다. 고령화시대에 얼마나 사느냐보다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 체력은 신체활동을 수행하기 위한 능력과 관련된 것이다. 

기초체력 향상을 위하여 체력검정을 지칭하는 체력장(體力章)이 이름은 바뀌었지만, 가까운 체력인증센터를 찾아 자신의 체력을 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하게 살 수 있느냐라는 지혜인 시대가 됐다. 내가 가지고 있고 얻어야 할 체력을 아는 것도 장수의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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