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받는 당선인 51명, 6개월 버티면 면죄부 받는다

[중부매일 나인문 기자] 6.1 지방선거가 끝남에 따라 선거사범에 대한 수사도 본격화하고 있다.

대검은 지방선거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지방선거와 관련해 총 1천3명을 입건해 8명을 구속하고, 32명은 재판에 넘겼으며 93명은 불기소 처분하고 878명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 중 당선인은 ▷이재명(인천 계양을)·안철수(경기 성남 분당갑)·김한규(제주 제주을) 당선인 등 국회의원 3명 ▷김동연 경기지사·이장우 대전시장·박완수 경남지사 당선인 등 광역단체장 3명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인 등 교육감 6명 ▷송기섭 진천군수 당선인 등 기초단체장 39명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대부분은 경쟁 후보나 정당에 대한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는 이유 등으로 상대방에게 고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전·세종·충북·충남경찰청에서는 모두 66건의 선거 불법행위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으로 대부분 금품과 음식물 제공, 허위사실 유포, 현수막과 벽보 훼손 등의 선거사범이다.

문제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따라 금품수수, 허위사실공표 등 여론조작, 공무원 선거개입 등 검찰이 선거사범에 대한 수사를 오는 12월까지 마무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선거범죄는 증거 수집이 어려운 탓에 수사가 쉽지 않을뿐더러 6개월이 지나면 형벌권도 사라진다. 게다가 상당수 선거법 위반 범죄는 교묘하고 은밀하게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이를 밝히려면 6개월은 짧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때문에 선거사범에 대한 처리를 서둘러야 할 필요가 있다.

이상설 대전과학기술대 교수는 "검찰과 경찰의 수사 진행상황 공유 등 물리적인 시간을 감안할 때 선거사범에 대한 공소시효를 늘릴 필요가 있다"며 "공정한 선거를 방해하는 선거사범의 범죄를 처분하기에는 너무 짧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또 "경찰이 검찰의 수사지휘를 받는 게 아니라 협력 관계로 변함에 따라 사건 처리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졌다"며 "선거벽보 훼손이나 선거폭력 등 입증이 비교적 용이한 사건만 있는 게 아니라, 당선자가 연루되거나 선관위가 고발한 선거 사건의 경우 기록을 검토하는데도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선거사범에 대한 처벌이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상당수 선거사범들이 갖가지 이유로 정상 참작되거나 벌금 100만원 이하의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과는 후보들이 당선만 되면 그만이라는 의식을 버리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해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선거범죄를 엄단하지 않으면 선거가 혼탁해지고 민의가 왜곡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선거사범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게다가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게 되면 당선 무효로 인해 재선거를 실시해야 한다는 점에서 귀중한 시민의 세금이 또 다시 낭비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선거사범이 저지른 범죄에 합당한 책임을 물으려면 재판의 속도도 중요하다. 공직선거법은 1심은 기소 이후 6개월, 2·3심은 각각 1·2심 이후 3개월 안에 끝내도록 명시했지만 지금까지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허다했다. 때문에 선출직 공직자가 임기의 상당 부분을 채운 뒤에는 당선무효가 되더라도 실질적인 처벌 효과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범법자들이 공직에 앉아서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검경과 법원이 신속하게 사법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교수는 "오죽하면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꽃피우기를 바라는 것은 마치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어나기를 기대하는 것과 같다는 말이 나오겠느냐"며 "선거법을 위반하면 설령 당선되더라도 가차 없이 당선이 무효가 된다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일갈했다.

이어 "선거법조차 지키지 않는 인사가 어떻게 선출직 공직을 담당할 수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선거사범에 대해서는 보다 신속하고 강력한 의법 조치가 있어야 선거사범 양산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또 " 선거사범에 대한 재판이 아무리 신속하고 엄정하게 처리됐다고 하더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이들이 사면된다면 선거사범 재판은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며 "바람직한 선거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엄격한 법적용은 물론, 선거사범에 대한 사면의 남용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현행 공직선거법은 당선자가 징역형 또는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거나, 배우자·선거사무장·회계책임자 등이 징역형이나 3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받으면 당선 무효가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나인문/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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