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눈] 최원영 K-메디치 연구소장·전 세광고 교장

2022년 6월 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선거란 당락이 필연적이라 승자와 패자에겐 축하와 위로가 따르며, 승리한 정당은 정국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패배한 정당은 내분에 시달린다. 8번 째 지자체 선거인 이번 경우도 예외는 아니지만 예상보다 낮은 투표율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광주의 투표율이 37%, 대구 투표율이 43%에 불과했다는 통계는 선거전문가들조차 아연하게 만들었다. 투표에 참여할 동기를 상실한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정당 별 승패의 분석을 떠나 지금의 지자체선거가 본래의 취지에 맞게 올바로 운영되고 있는지 국민의 성찰이 필요한 시점에 왔다. 선거에 소요되는 예산은 국민의 세금에서 나오는 것이고 선출될 인물이 우리 국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최소한의 예산으로 최적의 인물을 선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선거제도라면, 현행 우리의 선거제도는 큰 방향에 있어서 개선할 점이 많다.

첫 번째로 검토해야 할 것은 기초단체 정당공천 문제다. 공천권에 대한 각종 비리는 차치하더라도 정당의 지지도에 따라 참신하고 유능한 인물이 외면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 선거에서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를 선별해서 투표하는 유권자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정당중심의 투표를 하면서 아까운 인재들이 선택받지 못했다. 광주나 대구의 낮은 투표율은 지지 정당에 대한 실망감도 작용했지만, 지역정당 구도에 결과가 예견된 상황에서 유권자의 참여 동기가 약해진 원인이 크다. 정당에 예속된 기초단체 선거는 풀뿌리 민주주의와 지방분권을 구현하는데 결코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현실상 기초단체장이 어렵다면 기초의회만이라도 정당공천을 폐지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선거를 치르는 시기에 관한 문제다. 대선을 치른 지 두 달도 지나기 전에 다시 선거를 치르는 건 바람직스럽지 않다. 선거 후유증이 회복되기도 전에 다시 선거를 치름으로써 갈등이 더욱 심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87년 체제'의 대통령 5년 단임제에서 비롯된 일이고 누차 개선 요구가 있어왔지만 정치권의 반응은 늘 일시적이고 소극적이었다. 선거를 통합시키는 과제는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선거비용을 최소화할 뿐 아니라 공정성을 확보하는 일이기도 하다. 대통령의 권한이 막강한 한국의 정치구조에서 대선 결과에 따라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선거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세 개의 선거가 통합되는 것이 어렵다면 두 개의 선거 시기만이라도 일치시키는 노력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교육감 선거 제도의 개선이다. 교육감 직선제는 도입 때부터 지금까지 과도한 정치화, 광역단체장과의 갈등, 후보자 파악이 어려운 깜깜이 선거 등으로 많은 문제점을 노출시켜왔다. 이번 교육감 선거에 90여만 표의 무효표가 나온 것이 상징적인 사례다. 최근 들어 교육 분야는 복지영역의 차원에서 광역단체장의 지원과 협조가 중요해졌다. 교육감과 광역단체장이 러닝메이트로 유권자의 선택을 받는 제도 개선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최원영 세광고 교장
최원영 K-메디치 연구소장·전 세광고 교장

"정치꾼은 다음 선거를 생각하고 정치가는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 라는 말이 있다. 미래의 우리 지역과 한국사회를 이끌어 갈 '정치가'의 선택은 공정하고 효율적인 선거제도의 틀 속에서 가능하고, 그것을 구현할 주체는 '정치꾼'이 아니라 깨어있는 우리 시민들의 몫이다. 민주주의는 인물과 규범도 중요하지만 건강한 제도가 뒷받침될 때 완성된다. 21세기 새로운 변화를 위해 현재의 선거제도에 대한 시민들의 지혜를 모을 때가 왔다. 지금이 바로 그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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