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권상황 보고서, 9월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 예정

유엔 인권이사회 특별보고관, 대전 산내 골령골 방문/대전산내골령골대책회의
유엔 인권이사회 특별보고관, 대전 산내 골령골 방문/대전산내골령골대책회의

〔중부매일 모석봉 기자〕유엔 인권이사회 진실 정의배상 재발방지 특별보고관이 11일 대전 산내 골령골 민간인 집단학살지를 방문해 의견을 청취했다.

유엔특별보고관이 유엔에 사건 보고를 하기 위해 대전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파비앙 살비올리(Fabian Salvioli) 유엔 인권이사회 진실 정의 배상 재발방지 특별보고관(아래 살비올리 특별보고관)이 이날 오후 2시 산내 골령골(대전시 동구 낭월동)을 찾았다. 살비올리 특별보고관은 지난 8일 방한해 오는 15일까지 일정을 갖는다.

특별보고관의 이날 방문은 한국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집단학살 사건의 현장을 둘러보고 유가족과 관련 시민단체의 의견을 듣기 위해서다.

이날 일정은 골령골 민간인 희생사건에 대한 보고(심규상 오마이뉴스 기자), 유해 발굴 현장 설명(박선주 골령골유해발굴 책임연구원), 희생자 유가족 면담(전미경 유족회장 등) 순으로 진행됐다. 마침 10여 구의 희생자 유해가 모습을 드러냈다. 골령골 현장에서는 지난 7일부터 대전 동구청과 한국선사문화연구원이 희생자 유해를 발굴 중이다.

유가족들은 이날 살비올리 특별보고관에게 국가 및 가해자의 사과와 발굴 유해에 대한 유전자 감식, 과거사재단 설립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미경 유족회장은 "희생자들은 있는데 가해자는 나타나지 않는 이상한 사건이 됐다"며 "국가범죄에 대해 국가 차원의 진정한 사과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진실화해위원회의 활동이 종료되더라도 인권 교육 등 후속 조치를 할 과거사재단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유전자 감식을 통해 발굴된 유해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살리오리 특별보고관은 대전 골령골 등 방한 동안 방문한 한국의 과거사 사건에 대한 현황과 과제를 담은 보고서를 오는 9월 제54차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보고서는 진실, 정의, 배상 및 재발 방지의 권리를 증진하기 위한 구체적인 국제기준과 권고를 수립하는 데 활용된다.

실리오리 특별보고관은 이날 선감학원과 골령골 외에도 5.18 광주 민주항쟁 등 권위주의 정권 시기 등에 발생한 한국의 과거사 사건 현장을 둘러볼 예정이다.

국내 13개 인권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유엔 진실정의 특별보고관 방한 대응 인권시민사회모임'은 "살비올리 특별보고관의 이번 방한을 통해 미진한 한국 사회의 과거사 청산 현황이 공식적으로 확인되고 향후 피해자 권리 보장을 바탕으로 진정한 과거사 청산을 위한 유의미한 권고가 내려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살리올리 특별보고관 방문 자리에는 정근식 진실화해위원회위원장, 대전시청과 대전 동구청 관련 직원, 인권시민단체 관계자 등 20여 명이 참여했다.

한편 살비올리 특별보고관은 아르헨티나 출신의 인권변호사이자 법학 교수로 2018년 5월 유엔 진실정의 특별보고관으로 임명됐다. 유엔 시민적 정치적 권리규약 위원회(자유권위원회) 위원을 역임했으며 2015년 한국 정부의 자유권 심의 당시 자유권위원회 의장직을 맡기도 했다.

한국은 유엔 인권이사회 특별절차 수임자들이 주어진 임무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특별보고관의 방문을 원칙적으로 수락하는 '상시 초청(standing invitation)' 제도에 참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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