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화이부동(和而不同). 다름을 인정하고 같음을 강요하지 말라는 뜻이다. '탈무드'에는 "형제의 개성을 비교하면 모두 살리지만 형제의 머리를 비교하면 모두 죽인다"는 말이 있다. 사람은 얼굴도 성격도 지적능력도 모두 다르다. 나름대로의 개성을 지닌 존재다. 그 개성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 유대교육의 핵심이다.

그래서 유대인 어머니들은 '남보다 뛰어나려 하지 말고 남과 다르게 되라'고 가르친다. 그들의 관심사는 아이의 지능이 아닌 개성이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타고난 재능이 있다. 아이의 개성과 재능을 발견하고 그것이 잘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 진정한 부모의 역할이다.

몇 년 전, 한 여성잡지에서 "우리나라 남편들이 이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사람은 누구일까?"라는 설문조사를 했는데, 1위는 바로 "이웃집 남편"이었다. 이유 중 하나가 흥미롭다.

옆집 남편은 돈도 잘 벌어오고 인간성도 좋고, 날이면 날마다 부인한테 비싼 옷도 덥석덥석 사주고 집안일도 척척 해내고 게다가 아이들 교육에다 처갓집 일도 꼼꼼히 챙겨주는 걸 잊지 않는다니 얄밉지 않은가? 비교 때문에 생긴 우스개 같은 진실이다.

우리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고 마음의 상처를 받는 말이 바로 남과 비교하는 말이라고 한다. 그러나 인간은 누구나 사회 속에서 다른 사람과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면서 산다. 이러한 비교는 삶의 좋은 기준이 되고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고 독려하는 좋은 활력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잘못된 비교는 인생의 모든 면이 고달파진다. 잘못된 비교에 집착하면 누구든 열등감에 사로잡힌다. 더구나 비교를 당하는 사람이 아이라면, 결과는 치명적이다. 아이에게 부정적인 자기 이미지를 갖게 하면 모든 일에 무기력감을 안겨주고 또한 부모에 대한 불신감까지 갖게 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모두 다르다. 제각각 다른 방면에 소질을 보이기 때문에 주위의 다른 집 아이들보다 뒤처질 수도 있고 앞지를 수도 있다. 이것을 무의식중에 비교하는 일은 아이들의 성격 형성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항상 우수한 아이들의 비교 대상이 되어 열등감에 빠지는 아이들은 용기와 희망을 잃게 되고 쉽게 포기하거나 좌절하는 성향을 나타낸다.

여덟 살 때까지 열등아였던 아인슈타인은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기 좋아하는 선생님으로부터 많은 놀림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열다섯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이미 뉴턴이나 스피노자, 데카르트의 책을 독파할 정도로 강한 지식욕을 가지고 있었다. 만약 선생님들이 그에게 다른 사람과 똑같이 되기를 계속 강요했다면 지금의 아인슈타인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화이부동(和而不同). 다름을 인정하고 같음을 강요하지 말라는 뜻이다.

포도송이에는 작은 포도알도 있고 큰 포도알도 있고 덜 익은 포도알도 있고 알맞게 익은 포도알도 있다. 아이를 보려면 그 모든 포도 알이 달린 포도송이 하나를 보듯 아이가 가진 모든 면을 통합해서 보아야 한다.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유종렬 전 음성교육장

그런데 우리 부모들은 그러질 못한다. 포도 알 하나는 사과와 색을 비교하고, 다른 하나는 오렌지와 크기를 비교한다. 또 다른 하나는 바나나와 맛을 비교하여 아이를 채근한다. 아이들의 발달 속도는 개인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다. 지금 다른 아이보다 조금 빠르다고 나중에 반드시 앞서가는 것은 아니다. 같음보다는 다름을 인정해주고 개인의 자아실현을 위해 노력하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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