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기현 중부지방산림청장

우산장수와 짚신장수 두 아들을 둔 어머니가 비가 오면 짚신장수 아들을 걱정하고 쾌청하면 우산장수 아들을 걱정하였다는 옛날이야기가 있다.

이처럼 비는 우리 생활에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울창한 숲은 비 피해를 저감시킨다. 그래서 숲을 다른 말로 '녹색 댐'이라 부르기도 한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설치되어 있는 인공댐에 저장할 수 있는 비의 양은 연간 강수량의 10%에 불과한 126억톤 정도이지만 숲은 약 180억톤이나 되는 양을 저장할 수 있다고 하니 숲이 가지는 가뭄이나 홍수 조절 능력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숲이 황폐해지면 그 피해가 사람이 사는 거주지역에까지 미치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과거부터 사방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우리나라의 산림녹화 성공신화 뒤에는 사방사업이라는 기초가 든든히 버티고 있었다.

사방사업이란 '황폐지를 복구하거나 산지의 붕괴, 토석·나무 등의 유출 또는 모래의 날림 등을 방지 또는 예방하기 위한 사업'이라고 사방사업법은 정의하고 있다.

초창기 우리나라 사방사업은 제1차 치산녹화계획 기간(1973년~1983년) 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되었다.

1950년 6, 25 전쟁을 거치며 파괴된 국토는 1957년에 이르러 황폐지 면적이 68만6천ha로 우리나라 국토면적의 약 7%에 달할 정도였다고 하니 황폐화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짐작할만하다.

그로부터 약 60여 년이 흐른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 싱그러운 숲의 혜택은 사방사업의 성공이 가져다준 선물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사방사업은 기후변화로 인한 국지적 집중호우, 가을 태풍 등 재해위험도가 증가하면서 다시 그 중요성이 부각 되고 있다.

지난 2020년에는 중부지방 기준 54일이라는 기상관측 이래 최장 장마가 이어지면서 중부지방산림청 관할구역인 대전, 세종, 충청지역에서만 약 128ha의 산사태 피해 등이 발생하였다.

자연 및 사회환경 변화에 따라 사방정책도 황폐지나 피해지 복구 중심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를 위한 생활권 예방사방 중심으로 전략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우리 중부지방산림청도 생활권 주변 산사태취약지역을 중심으로 사방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올해는 사방댐 18개소, 계류보전 7km 등 약 6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하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미래의 사방사업은 정보통신 및 인공지능 등 고도의 과학기술을 활용한 사업으로 진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밀한 재해위험도 예측이나 신속한 대응과 복구에는 과학기술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 중부지방산림청도 현재의 사방사업 수준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조금씩 진행하고 있다.

김기현 중부지방산림청장
김기현 중부지방산림청장

예를 들면, 산사태로 길이 끊긴 지역에 대한 드론 이용 조사, 테트라포드 등을 활용하여 전통적인 소재나 형태를 혁신하려는 시도 등에 민, 관이 함께 노력하고 있다.

비 올 때도 울고 갠 날도 울고 시도 때도 없이 우는 어머니의 사연을 들은 한 스님이 비 오면 우산이 잘 팔리고 개면 짚신 장사가 잘 되니 좋게 생각하라고 알려주자 어머니가 크게 깨닫고 '파체위소'(눈물을 거두고 웃음을 지음) 하였다고 한다.

큰 비에 대한 철저한 대비를 통해 '파체위소'의 지혜를 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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