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종량제 봉투 지급 전부… 기자재 보급 등 관련 조례 무색
시 미온적 태도에 업체 수 감소

착한가격업소가 최근 물가상승으로 인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6일 청주시 상당구의 한 칼국수집에 '착한가격업소' 안내판이 붙어있다. /김명년
착한가격업소가 최근 물가상승으로 인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6일 청주시 상당구의 한 칼국수집에 '착한가격업소' 안내판이 붙어있다. /김명년

[중부매일 박건영 기자] 코로나19와 물가 상승으로 서민들의 굶주린 배를 책임지는 착한가격업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착한가격업소를 모집하면서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던 지자체 지원은 실효성이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청주시 상당구 산성로 16에 위치한 '한복남칼국수'는 12년째 저렴한 가격으로 음식을 판매하는 착한가격업소다. 가게를 운영하는 한복남(62·여)씨는 지난 5월 전 메뉴 가격을 500원씩 인상했다.

현재 가격은 짜장면 3천500원, 칼국수 3천500원, 찐만두 3천원 등 아직까지도 평균 가격보다 훨씬 저렴하다. 처음 문을 열었던 12년 전 보다 물가는 말도 안 되게 높아졌지만, 음식 가격은 이번 인상분을 포함해 1천원 올랐다. 면에 사용되는 밀가루는 불과 몇 달 사이 2만 2천원에서 3만 5천원으로, 가스비는 한 통에 4만5천원에서 5만 5천원 오르는 등 운영에 필수적인 각종 물가가 상승했다.

이탓에 가격을 인상했지만 여전히 재료비, 임대료 등을 제외하면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40만원 안팎이다. 그 수입으로만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다.

청주시 상당구에 위치한 착한가격업소 '한복남칼국수' 메뉴판. 물가 상승에도 3천500원대에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박건영
청주시 상당구에 위치한 착한가격업소 '한복남칼국수' 메뉴판. 물가 상승에도 3천500원대에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박건영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을 3천500원대의 현저히 낮은 가격을 책정하면서 더 인상하지 못하는 이유는 주요 손님층인 어르신, 택시기사 들에게 든든한 한 끼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한 씨는 "100원, 500원짜리 동전을 모아 한 끼를 해결하려는 어르신, 손님이 없어 하루 장사를 망쳤다고 울상짓는 택시기사님들을 보면 가격 인상을 할 수 없다"며 "착한가격업소라고 소문을 듣고 오는 손님들을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다른 곳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청주시 상당구 대성로55에 위치한 '값싼당' 역시 짜장면 3천원, 짬뽕을 4천원 등에 파는 착한가격업소다.

전정자(79·여)씨는 "지난 2년간의 코로나19로 손님 대부분이 떠났지만, 가격을 인상하면 그마저도 오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답답하다"며 "몇 명씩 오지는 않지만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적자를 보면서도 문을 열고 있다"고 말했다.

착한가격업소들이 각종 어려움에도 서민들을 위해 버티고 있지만 이들에게 지원되는 것은 상·하반기 15만원 상당의 쓰레기 종량제 봉투 등을 지급하는 것이 전부다. 착한가격업소들의 가격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기자재 보급 및 구입비 보조를 지원 등이 담긴 '착한가격업소 지원 및 관리에 관한 조례'가 무색하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강원도의 경우 조례를 개정해 지자체에서 매년 100만원 범위 내에서 시설개선자금과 업소 운영에 필요한 물품 등을 지원하고 있어 더욱 비교된다.

김상돈 착한가격업소연합회 청주시지회장은 "청주시가 인센티브라고 제공하는 쓰레기 봉투 등은 운영 개선에 큰 실효성은 느껴지지 않는다"며 "청주시의원과의 간담회 등 지원 확대 등의 목소리를 냈지만 변하는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청주시가 착한가격업소의 지원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이 해마다 착한가격업소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사라지고 있다.

청주시에 따르면 현재 시내에 위치한 착한가격업소는 72개소로 지난해 동월보다 8개소 줄었다. 지원책이 없다보니 신규 신청하는 업소도 줄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장가희 충북도 사회적경제과 주무관은 "시·군 예산으로만 지원을 하다보니 업소 수가 가장 많은 청주의 경우 지원이 미비한 것은 사실"이라며 "내년부터 행정안전부로부터 국비를 교부받아 착한가격업소 지원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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